이제 보니... 6화째군요
오늘은 한 죽방렴에 얽힌 괴담을 이야기하려고요.
혹시 죽방렴이 뭔지 모르는 분들이 계실까 봐 짧게 설명드리면, 경남 사천이나 남해도에 가면 바다 한가운데 나무기둥들이 V자형태로 서 있는 걸 본 적 있으실 건데, 그게 죽방렴이어요.
조류의 움직임에 따라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것을 이용해서 조업을 하는 전통어로방식이고, 죽방렴 어획물들이 싱싱해서 상대적으로 고급이라 가격이 좋은 편이죠.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 가면 남해 창선으로 놓인 연륙교가 있어요.
이 연륙교가 놓인 세 번째 섬이 늑도라는 섬이죠.
늑도마을 뒤편에는 방파제 바깥쪽으로 죽방렴이 하나 있었더랬죠.
97년경에 둘째 이모님이 어느 분의 소개로 이 죽방렴을 샀고, 관리는 늑도마을의 어부께서 해 주셨더랬죠.
이 죽방렴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로 앞에 작업장이 있어서 거기서 어획물을 분류하고, 멸치는 바로 삶아서 말려 상품화하기도 했죠.
어느 날엔가 이곳에서 머무르며 일을 하겠다고 하며 30대가량의 남자가 찾아왔더래요.
그렇게 많은 일감이 있는 곳이 아니라 바쁠 것도 없는 곳이어서 늑도아저씨가 거절을 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분이 계속 빈 작업장에서 숙식을 하며 일을 도우겠다고 하며 조르니 이모님께 연락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이모님이 한 번씩 살펴보라고 하며 허락을 했다고 해요.
그렇게 이 아저씨가 그날부터 작업장에 딸린 작은 방에서 숙식하며 특별한 문제도 없이 잘 사는 듯했다더군요.
낮엔 죽방렴에 물을 보러 가거나, 늑도아저씨 배를 타고 조업을 가고, 밤에는 가끔씩 소주 한 두 병을 마을슈퍼에서 구입해서 마시거나, 숙소 옆에 있는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30대가량의 여인이 아내라며 찾아왔고, 그날부터 둘이 함께 살았다고 해요.
늑도아저씨 말로는 두 사람이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이가 나빠 보이지도 않았고, 둘 다 다정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잘 지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여인과 함께 산 이후로 이 아저씨가 눈에 띄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보였다고 해요.
얼굴에 생기가 없어지고, 근력도 나빠지고, 많이는 아니라도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고 해요.
이것을 걱정스럽게 생각했던 이모님과 늑도아저씨가 싫다는 아저씨를 데리고 억지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빈혈기가 조금 있는 것 말고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해요.
그래도 나날이 이 아저씨의 상태는 나빠지는 듯했고, 늑도아저씨가 하루는 그의 아내분을 붙잡고 이야기를 했데요.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둘 모두 가는 것이 제일 좋고, 아님 아주머니만이라도 돌아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저씨 죽는다고, 한데 이 아주머니가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다고 하며 역정을 내더래요.
몇 개월 함께 일하고 지켜보면서 그런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설득하는 것도 그만두고, 대신에 이모님께 몸에 좋은 것들이나 구해달라고 하더래요.
죽방렴에서 나오는 수입이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몸보양이 되는 음식과 약재를 보내며 그렇게 지내길 며칠이나 지났을까.
어느 날 죽방렴에 물을 보러 가야 하는데, 아저씨가 안 나오더래요.
한참을 기다리다 숙소에 가보니 두 사람의 모습도 보이질 않고, 두 사람이 생활했던 방문을 열어보니 이불이며 옷가지며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화장품 몇 가지와 작은 거울까지 깨끗하게 놓여 있었다고 하더군요.
어획물 분류장도 깨끗했고, 멸치를 삶는 솥과 그릇들도 평소처럼 깨끗하게 씻고 정리가 되어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혹시나 밤에 아저씨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라도 갔나 싶어서 동네사람들을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행방을 짐작한만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해요.
그날부터 늑도아저씨는 혼자서 물을 보며 작업을 했고 돌아오려나 싶어 기다렸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자신의 권유대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며 처음엔 잘 되었다 했는데, 나중엔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낚시를 하러 왔던 낚시객들에게서 이상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해요.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는데, 바다에서 정확히는 죽방렴이 있는 곳에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해요.
어느 날엔가는 남녀가 다투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 날엔 여자 혼자 우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심지어 죽방렴 맞은 편의 방파제와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갯바위에서 밤낚시를 하던 사람들은 부부귀신을 봤고, 혼쭐이 나서 낚시장비고 뭐고 모두 내팽개치고 달아난 일도 있었다고 해요.
점차로 소문은 꼬리를 물게 되고, 마을엔 뒷등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당부하곤 했다고 하죠.
결국, 마을이 점점 더 뒤숭숭해지니 무당을 불러서 용왕제를 지내면서 무당의 권유에 따라 죽은 자의 혼백을 달래는 굿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몇 년뒤 연륙교 다리공사를 하는 도중에 죽방렴에서 조금 남쪽으로 떨어진 곳에 다리 교각을 놓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며 바닷속 준설을 하는데, 남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사람들은 아마도 그 두 사람의 시신일 것이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의 한쪽 발목과 손목이 꼭 동여매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는데.
죽방렴에 친구 둘과 밤낚시 하러 갔다가 이모님과 늑도아저씨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혹시나 하며 긴장감만 잔뜩 가지고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도 아저씨는 말 못 할 지병이 있었던 듯하고, 결국 죽음이 임박해지자 사랑했던 두 사람은 함께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귀신으로는 왜 나타났을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