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써 벌써 일곱 번째 괴담인가 봅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허무맹랑하다 싶기도 하지만, 원래 이런 괴담들이 그런 성격의 이야기임을 감안한다면 사람들의 흥미를 위해서 약간의 살이 덧붙여지기도 했으리라 싶습니다.
이번 괴담은 제가 군에 있을 때인 1991년도 팀스피릿트 훈련 때 있었던 일이고요.
3월경에 있을 TS훈련을 대비하기 위해서 - 누군가 제 기억이 잘못된 2월이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2월인지 3월인가에 미군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에 이동레이다 쉘터를 구축하고, 장비운용을 점검하며 한국 육군부대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었던 때의 일입니다.
문제의 그날.
저는 일과를 마치고, 미군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었죠. 그런데, 애써 설치한 장비에 문제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일과가 끝난 시간에 험비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산악의 밤은 금방 어둠이 내리죠.
더군다나 그때가 2월이나 3월이었으니, 지금처럼 여름과는 밤낮의 길이가 확연히 달랐겠죠.
이미 칙칙한 어둠이 깔리고 있는 6백 고지쯤 내려가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한국군 병사가 보이느냐는 무전이 왔고, 보이거든 게이트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며 조금 더 천천히 하산을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병사가 포착되었죠.
그리고, 얼른 차량에 태우고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바짝 군기가 든 모습으로 여자친구가 면회를 왔고, 연락을 늦게 받아 퇴근차량을 못 타서 걸어 내려왔다고 하더군요.
게이트 위병소에서 연락이 늦었던 것인지, 행정실에서 늦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에 산중에서 혼자 산을 내려가게 하다니 하며 미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더니, 저를 빤히 보더니 의아해하길래 왜 그러냐 했더니 미군이냐고 묻더군요...ㅎㅎ
그제야 이 병사와 인사를 나누고, 훈련기간 중에 종종 보일 테니 모르는 체하지 말고, 아는 체하라고 하며 이런저런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깜깜한 한밤 중에 베이스캠프의 게이트 위병소에 도착했죠.
위병소 앞에는 여자친구인 듯한 여성이 기다리고 있더니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했는데, 어두워서인지 예쁘다고 했던 그 얼굴은 볼 수가 없었죠.
그렇게 그 커플을 부러워하며, 그날은 어떻게 잠들었는지?
다음날 아침에 장비계와 연락이 닿아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정오 무렵 올라가게 되었었죠.
그리고, 며칠이 지나 차량을 타고 지나는데, 그때 그 병사가 지나가길래 차량을 세우고, 어디 가느냐고 했지만, 뭐가 그렇게 바쁜 것인지, 듣지를 못했던 것인지, 그냥 지나쳐 가길래 창문을 내리고 팔을 살짝 쳤죠.
그제야 아는 체를 하는데, 그날 여자친구랑 재밌었냐고 했더니.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사뭇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듯해요.
그래서 나중에 다시 부대로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그날 밤 여자친구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했더니 여자친구가 막무가내로 모텔을 가자고 하더라더군요.
그래서 맥주 몇 병을 사들고는 모텔로 가서 몇 잔씩 나눠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여자친구는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고, 화장대에 그가 사준 반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리저리 아무리 찾아봐도 여자친구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고, 결국 포기하고 복귀를 하려고 게이트로 왔더니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여자친구의 부모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여자친구가 그에게 면회를 간다며 차를 몰고 나갔다가 양수리 근처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트럭에 추돌을 당해 여자친구가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이 친구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서 오셨다고 하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럴 리가 없다며 지난밤에 여자친구와 밤새도록 함께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자... 그럴 수가 없다고 하는 부모님께 여자친구가 벗어놓고 간 반지를 보여 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하셨다는 그런 이야기.
여자친구는 삼도천을 건너가기 전에 사랑하는 남자를 보러 왔던 것일까요?
반지는 왜 주고 갔을까요? 자기는 잊고 잘 살라는 뜻이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