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고, 밤의 길이가 점점 더 눈에 띄게 길어지고 있다.
그렇게 무더웠던 지난 며칠도 가을의 문턱을 넘나들진 못하는 듯하니 이제 가을의 초입에 들었나 보다.
아홉 번째 괴담은...
경남 통영 주변의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는 폐주유소에 얽혀있는 이야기다.
처음에 이 주유소를 보곤 여기에 누가 주유소를 차렸을까? 장사가 될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지나면서 보니 주유소가 폐업을 했던데, 은근히 오며 가며 기름 한 번 넣어야지 했지만, 그럴 기회는 없이 주유소는 폐업을 했고, 지금은 건물만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어느 날엔가 중학교 때 미술을 잠깐 같이 했던 한 회 선배가 하루는 이 주유소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 선배가 말썽쟁이 친구랑 밤늦게 드라이브 삼아 놀러 나왔다가 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고 한다.
요즘엔 기름 넣는 속도가 조절이 되긴 해도, 금방 기름이 들어가고 마는데, 어쩐 일인지 느릿느릿 한참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는 기름을 계속 넣고, 이 선배는 화장실을 갔대. 화장실을 가는 도중에 괜스레 기분이 이상해지며, 몸에 소름이 돋고, 으스스해지더라나.
그 기분에 어둑어둑한 화장실에서 대충 볼 일을 보고 왔는데, 기름을 넣고 있던 친구가 안 보이더란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고, 한참을 찾아도 친구는 나타나지 않더란다.
그래서 이상하다 싶은 생각을 하며 주유소 관리실로 갔다고 해.
흐린 조명만 켜져 있고 아무도 없는 관리실.
책상 위엔 그 흔한 서류철 하나, 삼류소설 하나 놓여있지 않고 깨끗하더라나, 정수기엔 물 한 방울 남아있지 않고, 커피자판기는 언제부터 고장이 나 있었던 것인지, 낡은 외관에 버튼덮개도 몇 개는 없더라더군.
막연히 얼른 친구를 찾아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이리저리 막 뛰어다니며 찾았나 봐.
그렇게 친구를 정신없이 찾고 있는데, 차가 한 대 들어오더래.
그 차에서는 운전자와 한복 차림의 나이 많은 여자분 한 명이 내렸고, 주유는 하질 않고 두리번거리더니 이 선배에게 다가와서는 친구는 저기 앞에 논에 있다고 하더래.
그러면서 친구를 찾아 빨리 떠나라고 하더래.
도로 건너편의 논을 보니 논두렁에 친구가 멍하니 서 있었다나,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얼른 내려가서 친구를 흔드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다짜고짜 그 여자 봤냐고 묻더래.
누구를? 어떤 여자를? 그러곤 횡설수설하더라나.
친구를 데리고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그 여자분이 집에 가거든 소금 한 포대와 팥을 구해서 소금은 집 앞 정문에 놓고 들어가면서 밟고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몸에 팥을 뿌리라고 하더라네.
괴이한 생각이 들어서 왜 그래야 하며 누구신지 물었더니, 운전자가 말하길 그 여자분은 유명한 무속인이고, 지금 그 선배와 친구의 몸에 귀신이 붙었다고 하더래.
그래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집에 귀신이 들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더라나.
선배와 그 친구가 믿지 않는 눈치를 보이니 그 무속인이 아까 다녀온 화장실을 다시 가보면 알 것이라고 했대.
그래서 자기가 화장실 다녀온 것은 어찌 알지 하며 친구랑 둘이서 화장실을 갔는데, 아까보다 더욱 이상한 기분에 소름이 돋으며 으스스해지더래.
그리고는 곧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해.
"아까 그 녀석이 혹을 달고 왔네, 에이 재수 없어, 그냥 가자."
소름이 끼치고 무섭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가득 차서 친구랑 둘이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대,
그런데, 조금 뒤에 그 무속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해.
"귀신이 해치지 않고 그냥 간다는데, 그럼 고마워해야지 어딜 따라가는 것이냐? 죽고 싶으냐?"
그래서 친구와 둘이 서둘러 인사를 하고, 차를 몰고는 시내로 와서는 소금 한 포대와 팥 한 봉지를 샀다고 해.
무속인이 친구는 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며 친구는 사질 않았고, 아마도 화장실 귀신들이 말한 혹이란 친구가 달고 있던 여자귀신이었던 것이지.
친구를 살리기 위해서 일부러 주유소에서 멀리로 데리고 나와 그 친구를 보호해 줬던 것이겠지.
그 주유소 이젠 제법 유명한 곳이 되었지.
귀신 보는 주유소라고.
그래도 난 귀신을 만나러 일부러 그 주유소는 가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