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의 어느 저수지에서

by 몽유

열 번째 괴담은 함께 낚시를 다니고 했던 조우회 아우가 거제 지심도로 낚시를 갔을 때, 그 새벽에 겨울추위 속에서 작은 모닥불 하나 피워놓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들려줬던 이야기입니다.


아우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하시던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다녔고, 민물 붕어낚시부터 아버지께 낚시를 제대로 배웠다고 합니다.

대학을 가고 난 후부터는 아버지와 낚시를 갈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휴일이나 방학에 고향집에 가면 간간이 아버지와 함께 가까운 곳으로 민물낚시나 바다낚시를 갔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군대를 갔으며, 제대를 한 후에 처음 아버지와 다시 낚시를 갔을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하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었죠.


사천의 어느 마을 오래된 저수지로 아버지와 함께 붕어낚시를 갔다고 합니다.

늦은 출발에 간단히 먹거리도 준비해서 오후 늦게 도착. 자동차에서 낚시짐을 들고 저수지 안쪽의 논길을 쭈욱 따라가니 농막으로 보기엔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작은 별장 같은 건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거기를 지나서 농로를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누군가 낚시를 했던 흔적이 있는 약간 너른 공터에 자리를 잡고, 아버지랑 밤을 보낼 작은 텐트를 하나 치고 낚시자리를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조금 더 안쪽으로 자리를 잡으셨다고 하더군요.

아우랑은 한 오십여 미터 남짓 떨어진 곳이었다고 하니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정도였겠죠.

아버지와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이 친구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낚싯대를 펼치고, 아버지께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낚싯대를 펼쳐서 전자찌의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저수지에 물안개가 살짝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보면서 또 낚싯대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몸에 한기가 느껴지더니, 몸이 으스스해졌다고 해요.

그리고, 그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뭐라고 말을 하는 듯한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여자아이 목소리 같기도 하고, 젊은 여자의 목소리 같은 그런 소리로 뭐라고 말을 하는 듯했던 그 소리.


겁도 나고, 아버지 걱정도 되고 했던 이 아우는 아버지 쪽을 보며 빠른 걸음으로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낚싯대만 계속 보고 계시니, 아무런 말씀도 못 드리고 그냥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고 해요.

그런데,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해요.

이번엔 조금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고 합니다.

"왜 왔어?... 나가, 여기서 나가라고. 죽고 싶은 거야." 하는 그런 소리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여자아이인지 젊은 여자의 목소리로 그런 소리를 들었으니, 그래서 냅다 뛰다시피 해서 아버지께 가서 이런 말씀을 드리니, 아버지께서도 뭔가 일이 있으셨는지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시고는 빨리 나가자고만 하시더래요.

아버지와 이 아우는 낚싯대고 텐트고 그대로 두고 자동차로 바삐 달려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들어오면서 지나쳐왔던 농막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그런 소리가 들리더래요.


잘 되었다 싶어서 농막으로 더 바쁜 걸음을 옮기는데, 그 순간에 저기 멀리서 플래시 불빛이 비치고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해요.

그래서 그 자리에 서서 잠깐 기다리니, 아랫마을 사람들이 혹시나 싶어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

아랫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낚시짐을 정리하고, 함께 마을로 내려오는데, 조금 전에 농막에서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흔적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마을로 내려와서 한숨 돌리고, 무슨 일인지 물으니 마을 사람들이 말하기를... 얼마 전에 여고생 하나가 남자들한테 몹쓸 일을 당하고 저수지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얼마 후에는 아까의 그 농막에서 남자애 둘이 자살을 했다고 해요.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저수지에 낚시를 온 사람들이 물에 빠지기도 하고, 농막 근처에서 쓰러져 있고 하는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수지 입구에 낚시금지라는 푯말을 세웠다고 하는데, 이 아우가 아버지와 바삐 오면서 그 푯말을 보지 못했던 것이죠.

다행스럽게도 마을 사람들이 저수지 멀리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를 보았던 것이고, 혹시나 아무것도 모르고 올라온 낚싯꾼들이 무슨 변이라도 당하는 것 아닌가 싶어 찾아 나섰던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그때 바쁜 걸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도망치다가 마을사람들이 부르는 것을 무시하거나 듣지 못하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듯했던 농막으로 갔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싶기도 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늦은 밤 저수지든, 바다낚시든 밤낚시를 계획한다면 낚시를 가는 곳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소문을 잘 듣고 가야 할 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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