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을 잡은 귀신

by 몽유

때로는 억울하거나 원통하게 죽은 이가 귀신이 되어 그의 억울함을 풀고, 원한을 갚는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괴담의 하나이다.

이번 괴담도 일면 그런 성격을 가진 괴담이다.

초중학교 동기인 친구가 회사 진급시험 공부한다고 사천의 모 고시원에서 공부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은 많은 비는 아니고, 그저 적지 않은 비가 추적거리면서 을씨년스럽게 내리고 있었다고 .

이 친구는 자신이 계획했던 진도로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그날따라 계획대로 공부가 너무 잘 되었던 친구는 시간 가는 줄도 잊고 공부삼매경에 빠져서 책과의 물아 일치를 경험하고 있었다고 해.

그런데, 그 좋았던 학습분위기를 깨뜨린 것은 자신의 생리현상이었다고 하더군.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려고 창가 쪽의 변기 앞에 섰다고 해. 그리고, 볼 일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보았대. 고시원 건너편 가로등 밑에 승용차가 한 대 서 있더라네.

가로등 불빛도 밝았지만, 차량 실내등이 켜져 있어 차량 내부가 훤히 보였는데, 차량 안에서는 반나체의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던 중이었대.

순간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얼떨결에 대놓고 쳐다보다가 그 여자랑 눈이 마주쳤다는 것이지.


놀란 친구는 얼른 몸을 숙이면서 들키지 않으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승용차가 있는 곳 반대편 언덕의 나무가 눈에 들었는데, 거길 보는 순간 너무 놀라서 몸이 얼었다고 해.

그 나무엔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여자인 듯한 두 명의 사람이 이 친구처럼 승용차를 보고 있었다고 해.

그런데, 도무지 어떻게 거기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더라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했다고, 둘 다 다리가 보이지 않았다고 해.


그래서 자세히 보려고 창쪽으로 얼굴을 갖다 대고 나무 쪽을 보는데, 그 여자 둘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이 친구를 보더래. 이들과 친구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너무나 놀랐던 이 친구는 그대로 실신을 했다고 해.

그 두 여자 중 한 명이 조금 전 승용차 안에 반나체로 있던 여자랑 얼굴이 똑같았다고 하더라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친구가 깨어나서 창밖을 보았을 때에는 건너편 가로등 아래엔 승용차가 없었고, 반대편 언덕 위 나무 근처에 있던 두 사람도 당연히 없었던 것이겠지.


그래서 이 친구는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별 일이 다 있네 하고는 그냥 넘기고 아침에 회사로 출근을 했다고 해. 그리고, 그날 오후에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

고시원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나체의 여자 사체가 실려있던 차량이 발견되었다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친구는 경찰이었던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서 이 사건에 대해서 물었더니, 발견된 여자사체가 그날 나무 근처에 있던 여자들처럼 다리가 없었다고 하더래.

무릎 아래가 잘린 듯이 없었다고 해.

하지만, 사체가 발견된 차량은 이 친구가 봤던 그 차량이 아니었다고 해.

이 친구는 전날 밤에 분명히 파란색 승용차로 봤는데, 사체가 발견된 차량은 검은색 승용차였다고 해.


그리고, 이 친구는 두 명의 여성을 보았는데, 발견된 여자 사체가 하나였다고 하니, 그 둘 중의 한 명이 승용차에 있던 여자랑 동일한 사람이었다고 가정한다면 또 다른 한 명은 누구란 말인가 하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네.


그래서 경찰친구에게 전날 밤 자신이 본 것들을 이야기했대. 물론, 그 파란색 승용차의 차량번호도 가르쳐줬고.

그 후 며칠이 지나서 이 차량을 찾았는데, 트렁크에 또 한 명의 여자사체가 실려 있었고, 역시나 다리는 없었다고 해.

물론, 차량소유자인 범인도 잡았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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