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냐 진짜.. 아프다는 사람 서럽게
어제 잠들기 전, 왼팔에 옮겨 맞은 수액 주사가 계속 아파서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지금 주사를 빼고 다른 위치로 옮겨 맞을 수 있는지 물었다. 잠시 후 간호사 선생님은 혈관통이라면서 옮겨 맞더라도 어차피 또 아프게 될 것이라고 했다. 퍽이나 안타까운 얘기였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는 반전이었다. 내일 퇴원이 예정되어 있고 남아있는 영양제 수액도 내일 새벽 시간에 끝날 양이니 원한다면 지금 수액을 아예 빼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냉큼 그러겠다고 했다. 드디어 주사바늘로부터 해방이라니! 주사바늘을 빼면 자는 중간중간 체크할 일도 없고, 편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수액을 제거하고, 아침까지 한 번 깨지도 않고 꿀잠을 잤다.
아침식사로 죽을 챙겨 먹었다. 병원에서 먹는 마지막 끼니였다. 그리곤 담당의 회진이 있었다. 퇴원을 위한 절차인 듯했다. 퇴원해도 좋다는 확인을 받고, 퇴원수속을 밟았다. 다음 외래진료 일자를 정하고 병원비를 수납하고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진단서의 담당의 소견을 살폈는데, 재발 가능성이 있으니 죽을 먹어야 한다고 쓰여있는데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일단 회사에 진단서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 사진으로 보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죽을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를 쉬는 건 아닌 거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더군다나 직후에 나눈 통화내용이 몹시도 서운했다. "퇴원했다니 다행이네, 출근은 언제부터 가능해?"
맥이 쭉 빠졌다. 물론 그들은 나의 상태를 직접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의 연락과 제공된 서류만을 바탕으로 판단할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응급실을 내원했고 입원을 했던 환자였다. 그런 사람에게 푹 쉬라거나 위로는 해주지 못할 망정 당장 언제 돌아올 수 있냐는 말은 너무 시기상조 아닌가?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회사는 나를 먼저 봐주지 않는구나. 나의 빈자리를 먼저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보다 일이 우선인 것이다. 통화했던 다른 선배는 내 목소리가 너무나도 괜찮은 듯 들린다고 했다. 목소리라도 아픈 티를 냈어야 했나... 무척이나 씁쓸했다. 곁에서 맞장구쳐주는 아내가 없었더라면 훨씬 더 우울해졌을지도 모르겠다.
- 2025년 1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