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폐색 환자들은 회복기에 무얼 먹나 찾아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검색결과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무얼 먹었는지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퇴원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본죽에서 죽을 포장 해왔다. 제공되는 기본반찬 중 빨간색을 띠는 반찬은 장에 부담이 될까 싶어 먹지 않았다. 앞으로 이렇게 매 끼니 식사를 해야 한다니... 참으로 갑갑하다.
점심을 먹고 걸으러 나간 김에 근처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구입해 왔다. 나물반찬이 장에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 시금치무침과 버섯무침, 그리고 동치미를 사 왔다. 동치미는 죽집에서도 기본찬으로 주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전날 반찬가게에서 사 왔던 오징어실채도 함께 먹어봤다. 그런데 이것도 나름의 고형식이라고 판단되어서 이후로는 섭취하지 않았다.
매 끼니를 죽집에서 주문해 먹을 수는 없으니, 직접 죽을 만들어 먹었다. 고맙게도 아내가 만들어 주었다. 굉장히 그럴싸했다.
4 끼니 정도 먹어보니, 반찬을 매우 잘게 해 두어야 속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 반찬을 가위로 잘게 잘라먹기 시작했다.
이제 매 끼니마다 반찬이 거의 비슷하다. 잘게 자른 반찬들과 죽. 앞으로 계속 이런 식단을 유지하게 된다.
월요일부터는 집에 혼자 남기 때문에, 오늘 점심 죽은 내가 직접 만들어보았다. 아내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만들었더니 15분 정도 걸렸다. 죽집에 주문을 넣으면 15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나오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아있는 반찬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매일 저녁, 다음 날 먹을 죽을 구입해 두는 것이 이제는 루틴이 되었다.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죽은 세 시간이면 소화가 다 되어 위장이 비는 듯하다. 간식으로 그릭 요거트를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