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폐색 환자들은 회복기에 무얼 먹나 찾아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검색결과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무얼 먹었는지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죽만 먹기 시작한 지 5일 차. 슬슬 비슷한 죽 메뉴가 질릴 것을 감안하여 변주를 주었다. 단호박죽을 전날 미리 구입해 둔 것이다. 소화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해서 새알심은 일부러 빼달라고 요청했다. 어렸을 때는 호박죽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먹지 않았는데,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어제 익힌 레시피대로 죽을 만들어 먹었다. 잘게 썬 김을 예쁘게 올릴걸.
두부를 제외하곤 본죽 한상차림이다. 죽은 야채죽에서 벗어나 쇠고기야채죽을 준비했다.
병원 외래진료가 있던 날. 시간이 넉넉지 않아 미리 사놓은 죽을 후딱 데워먹고 나갔다.
점심은 건너뛰었다. 외래진료와 회사 연락에 너무 신경을 썼는지, 전날 저녁부터 속이 계속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야채죽이 아닌 쇠고기야채죽을 먹어서 그런 건가 싶었다. 잘게 갈렸겠지만 나름 고기라고 위장에 무리가 있었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화가 되지 않아 그런 것인지, 속이 비어 그런 것인지, 알아채기 어려웠다.
저녁에는 본죽 매장에서 식사를 했다. 사정상 하루 종일 밖에 있어야 했던 하루였던 데다가 점심마저 건너뛰었기에 죽 한 그릇을 온전히 비워냈다.
단호박죽 again. 전날 더부룩했던 느낌은 다행히도 사라졌다.
이제 슬슬 메뉴가 정형화되어 간다. 앞서 쇠고기야채죽을 먹고 난 뒤 속이 더부룩했던 경험 때문에, 이후로는 주야장천 야채죽만 먹는다.
김 썰어 올리는 것을 이때부터 까먹었나 보다. 이후로 김이 올라간 사진이 없다.
하루 세끼를 죽만 먹는 것이 여간 귀찮고 불편하다. 심지어 소화도 금방 되어버려서 쉬이 배가 고프다. 그래도 어쩌랴... 나으려면 이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