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9일의 그림일기
아침부터 훈제 삼겹살을 먹을 정도로 고기 진심녀지만, 그래도 항상 브로콜리나 파프리카 같은 야채도 빼놓지 않고 먹을 때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다. 건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정말 맛있어서 먹는 거야. 초딩 입맛에서 많이 진화해서 내심 뿌듯해 !
코로나 19 때문에 미용실 가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안 되겠다 싶어 머리를 다듬으러 갔다. 좋게 말하면 라푼젤이고, 뭐 거의 ‘나는 자연인이다’ 캐스팅받을 정도로 길고 지저분했다. 꽤 많이 잘랐다 싶었는데 사실 길이는 전과 큰 차이가 없더라. 그런데도 너무 가볍고 깔끔해진 게 너무 신기해! 미용실 갔다 온 날은 꼭 괜히 올리브영 들러서 헤어 에센스랑 빗같은, 헤어 케어용품 사기.
집에 돌아와서 맥주를 마시며 4월의 책 중 한 권인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꺼내 읽었다. 읽는 내내 공감도 많이 하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에는 또 감탄하기도, 어떤 부분에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작가님의 집처럼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 사는 게 로망이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 더더욱 그 꿈이 강해졌다. 바라는 게 있다면 자꾸 입 밖으로 꺼내며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야 한다.
맥주가 부족해 결국 집 앞 마트에 가서 더 사 왔고, 작년에 갔던 방탄소년단 팬미팅 영상을 보며 호로록. 아, 코로나 19만 아니었다면 (이라고 쓰고 그 종교라고 읽는다) 이번 주에 콘서트 갔을 텐데.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아쉬움과 우울함이 조금씩 또 스멀스멀 고개를 내민다. 하루빨리 다시 좋아하는 공연을 보러 가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맥주를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