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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ㄹim Sep 16. 2018

님아 유부강을 건너지 마오 。



















언제부터일까.


아는 언니, 아는 동생, 친구들이 하나 둘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흡사 요단강의 악명에 비견되는 그 강,  ‘유부강’ 을..



며칠 전. 빈둥거리며 누워 TV를 향해 리모컨을 겨누던 바로 그때였다.



‘유부강을 건넌 친구들이 건너지 않은 친구들의 수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문득 결에 떠오른 불안한 생각에 자세를 고쳐 앉고선 서둘러 카톡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 아 뿔 싸 ... ‘


불안한 예감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더니.  


결혼식과 동시에 유부강을 건넌 친구들은 자동으로 유부녀 유부남이 되었고, 얼마지 않아


자신들과 똑 닮은 아기 사진을 프사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만 해도 뜨문 뜨문 한 둘에 지나지 않던 아기 사진들이. 이제는 대충만 내려보아도 주르르 ... !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푸우 나왔다.


 

여기서 문제는, 뉴페이스 아기 사진을 볼 때,


전과는 다른 요상 시런 기분이 든다는 것.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친구의 아기 사진을 보면 귀여운 마음에 냉큼 확대하여 요 녀석 봐라 엄마랑 똑같네


아이고 아빠 판박이네 중얼거리며 한참을 들여다보며 구경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처음 보는 아기다! 자각하는 순간부터 고만 심장이 덜컹,


입술이 빠짝. 불안한 기분이 맘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토끼 같은 아기들의 사진을 앞에 두고 불경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자신이라니..


모순된 감정으로 점철된 이 상황이 믿기질 않아 마하의 속도로 도리질을 해댔다.


 

에잇, 괜히 봐가지고선! 이놈의 카톡이 문제야!’

 

애꿎은 sns를 탓하며 휴대폰을 소파 위로 휙- 던져버렸다.


뒤죽박죽이 된 기분으로 애꿎은 리모컨 버튼만 꾹꾹 눌러대는데 바로 그때,


발 밑으로 차가운 물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엇 차가워!! 


깜짝 놀라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니 나는 어느 틈엔가 왠 강가에 서 있는 게 아니겠는가.


발에 닿은 강물은 어느새 복숭뼈 께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안 건너, 아직은 안 건넌다고! 나는.. 그러니까 좀 더 자유를 즐길 거라고!!”



그러자 저 멀리에서,


 

“그러다가 강을 건너고 싶어도 못 건너는 수가 있지~ 있지~ 있지 ~“   



하는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물은 무서운 속도로 불어 어느새 무릎 위에서 찰랑이고 있었다.


물살도 세져서 가만 서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서 되돌아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휙 돌리다 그만 중심을 잃고 몸이 기우뚱. 물살에 휙 휩쓸려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리모콘이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꾸깃 꾸깃한 기분을 안고 채널을 돌리다 그새 설핏 잠이 들었었나 보다.




 하 꿈이었구나. 다행이라 안도하며 물 한잔을 뜨러 가는데.


꿈결에 울려퍼진 메아리가 심장에 쿡-! 박혀서는


무한 반복으로 다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강을 건너고 싶어도 못 건너는 수가 있지 ~ 있지 ~ 있지~ "









아아.


(남은)친구님아, 부디 서둘러서 그 유부강을 건너지 마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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