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상담소 [Ep.3] 냉동실에 사는 세균
안녕하세요. 자취생님. 반갑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싫고, 벌레 꼬이는 게 싫어서 냉동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얼리고 계시는군요. 자취생이라고 하셨으니,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음식물 건조기는 고려하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음, 일단 냉동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얼리는 건 나쁜 방법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냉동실에는 미생물이 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밀봉하지 않은 음식 그대로를 냉동실에 두거나, 자취생님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얼리시기도 하는데요. 미생물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에요.냉동실에도 세균이 산다고요! 저온성 세균이라고 불리는 저온에서 잘 생활할 수 있는 세균들이 냉동실에서 활발히 지내고 있어요. 그 대표적인 예로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니스’라고 불리는 리스테리아균이 있는데요. 리스테리아균은 자연계에 널리 분포하는 식중독균으로 유제품이나 고기류, 야채 등에서 발견되고, 영하 20도에서도 사멸하지 않아요. 정말 독한 균이죠?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면 이틀 정도의 잠복기 후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설사, 고열, 오한, 근육통, 복통, 두통, 뻣뻣한 목, 균형 감각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얼리게 되면 또 다른 문제점이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이 많고 영양성분이 많아 세균들에게는 천국이랍니다. 음식물쓰레기엔 식중독의 원인균으로 유명한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등도 포함해 많은 세균들이 서식하고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세균들이 살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얼리면 냉동식품, 아이스크림 등 냉동실에 있는 다른 식품들도 오염시킬 수 있겠죠?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넣었을 때, 급속도로 언다면 그나마 세균 증식률을 낮출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천천히 어는 과정 속에서 냉동실 전체에 세균이 많이 증식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물로 인해 다른 식품이 오염될 수도 있는 거구요.
특히 여름과 같이 날씨가 더워 냉동 온도가 높아지거나, 냉동실을 자주 여는 과정 속에 음식물 쓰레기의 표면이 살짝 녹을 수 있는데, 이 때 세균이 많이 증식할 수 있어요. 냉동식품으로 냉동실에 꽉 차게 되면 냉동실 안에 냉기 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요.
KBS1 교양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얼려 처리하는 가정집을 조사해봤더니, 이 가정의 냉동실 선반에서는 기준치의 49배에 달하는 세균이 증식한 것으로 조사되었어요. 또 다른 가정에서, 6개월째 냉동실에 보관된 고기를 꺼내 미생물 오염도 수치를 재보니 84000 RLU가 나왔는데요. 이 가정집 변기의 미생물 오염도가 550 RLU이니까, 변기보다 150배나 더 더러웠다는 거죠. 냉동실에 왜 음식물을 얼리면 안 되는지 실험을 통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네요.
이러한 이유들로 음식물을 냉동실에 얼리는 건 아주 잘못된 방법이에요!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얼리고 계시는 분 있다면 얼른 빼시는 게 좋겠죠? 더불어, 냉동실에 있는 음식은 세 달 이상 두지 말고, 냉기 순환이 잘 될 수 있도록 자주 정리해서 깨끗한 냉동실을 사용하도록 하자고요.
오늘의 사연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오늘도 미미하고 소소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