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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토 Oct 10. 2022

바이러스의 데뷔 현장 속으로, 두둥!

미생물 상담소 [Ep.16] 담배모자이크병


바이러스는 어떻게 인간 세상에 데뷔하게 됐을까요? 그 현장 함께 해요!




19세기 말 유럽, 잘 자라던 담뱃잎이 군데군데 썩어가며 잎의 생육이 더딘 것을 보고 농부들은 깊은 시름에 빠졌어요. 1886년 독일 농화학자였던 마이어는 담뱃잎이 군데군데 죽어서 생긴 얼룩무늬가 마치 모자이크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담배 모자이크병(tobacco mosaic disease)'으로 이름 지어요. 마이어는 이 병의 원인을 찾아보려 했지만, 흔히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이나 곰팡이를 발견할 수 없었어요.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는 담배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원인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하게 돼요.


1892년, 러시아 식물학자인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는 담배모자이크병의 원인체가 세균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험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후, 1898년 네덜란드 마르티누스 베이에린크은 담배 모자이크병을 연구하면서 원인균이 세균이 아닌 다른 것이 있음을 알게 돼요. 세균독과는 다르게, 담배 하나에서 얻은 독성 액체가 배양 과정을 거치며 여러 담배에 병을 일으킬 정도로 독성이 강해졌기 때문이에요. 또한, 세균과는 다르게 알코올에 넣어도, 오래 건조해도 여전히 병을 옮기는 걸 보며 세균이 아닌 다른 병원체가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됐죠. 이 병원체는 동물, 식물, 세균, 곰팡이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고 베이에린크는 이것을 ‘바이러스(virus)’로 명명하게 돼요. 이렇게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가 인간 세상에 첫 바이러스로 데뷔하게 된답니다. 


그 후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1939년, 전자현미경을 통해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눈으로 직접 보게 돼요. 그 후 1950년대에 바이러스의 기본적인 성질이나 구조가 알려지며 바이러스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되지요.


담배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예요!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는 식물의 잎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인데요. 식물의 엽록소에 침투해 잎의 색깔을 바꿔버리고 식물의 성장을 방해해요. 밑의 사진처럼 잎이 얼룩덜룩해지는 게 꼭 모자이크를 닮았다고 해, 이 병을 담배 모자이크로 붙였어요. 이 바이러스는 담배, 토마토, 고추, 오이를 포함한 채소나 꽃, 잡초 등 최소한 125개 종에서 모자이크병을 일으켜요.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은 죽진 않아요. 하지만 잎, 꽃, 과일 등에 얼룩이나 반점이 나타나고 잘 크지 못해, 식물의 양과 질이 떨어지게 돼요.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식물의 즙이나 접촉을 통해서 전염되고 종자나 토양을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하답니다. 감염된 즙은 1개월 정도까지 전염성을 가지나, 건조하면 수십 년 후에도 병을 일으킬 수 있으니 식물에게는 꽤 무서운 바이러스인 거죠.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에 감염 후 약 3~5일 동안은 바이러스가 감염된 잎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기간에 감염된 잎을 제거하면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해요!


담배모자이크병에 걸린 식물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오늘은 인간 세상에 데뷔한 첫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지나가다 식물의 잎에 얼룩덜룩한 반점이 보이면 '엇, 인류 최초의 바이러스인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 에 의한 병이군'하며 반가워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도 미미하고 소소하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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