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기, 생긴 대로.
십 년 전에 처음 생업을 갖고 일을 시작하면서 , 꼭 내 마음이 그랬다.
간절하게 돈을 벌고 싶었지만,
비굴하지 않게 자존심은 지키며 살고 싶었다.
그나마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이도 저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긴 허지만.
이민 와서 여러 번 망한 사업 끝에 뒤늦게 시작한 기술직이란 게... 그게 나름의 분석이었다.
재고로 망하거나, 인건비로 속 타지 않는 일.
시간이 지나며 기술로 나에게 온전히 쌓이는 모든 시행착오가 나의 재화가 되는 일.
제법 손재주 있고, 눈썰미 있다는 소리를 듣던 나의 귀에 걸린 일.
아이들 혼자 키우며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일.
가방 하나로 꾸리면 전 세계 어디로 가도 할 수 있는 일.
다 망해먹고, 거덜 난 나에게 남은 건 손끝 하나에 남은 재능뿐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명품시계를 팔았을 때 쥔 돈 만불로, 나는 그동안의 여정과는 다른 인생의 배로 갈아타려고 하던 참이었다.
간절하게, 하지만 존심은 지키려고 애를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