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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Oct 31. 2020

오래된 친구

묵을수록 좋은것중 하나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여러 친구들이 있다.


가까이 사는 친구, 멀리 사는 친구, 여자인 친구, 남자인 친구, 최신 영화나 음악을 보내주는 친구, 고등학생 1학년 때부터 친한 친구, 미국에서 학교 다니며 알게 된 친구, 애들 친구 엄마로 알게 된 친구, 아직 만나지는 못하고 편지만 주고받는 친구, 남편의 학교에서 만나 사귄 친구..... 또 한때는 너무나 친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소식을 통하지 않는 친구도.

사실 나이가 많건, 적건 마음이 통하고, 보고 싶고, 함께 공유한 것들이 많고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친구는 정말 인생의 벗이 된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가치를 매기는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을 나누고 , 추억을 공유하고, 그리워하는 그 관계가 우리에게 주는 풍요로움은 정말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내 인생의 보석이고, 내가 살아온 흔적이기 때문이다.

지나온 시간, 때마다 잃은 것도 많았고 또 얻은 것도 많이 있었다. 그때 함께였던 친구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의 존재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하고 말이다.  여러 추억들의 언저리에서 이러저러한 친구들은 같이 있었고, 그들과 얽힌 사건들은 나를 채우고 키우고, 일으키고......... 이제는 돌아보게 한다.

친구 하나하나를 생각해본다. 그들이 살아온  길도 가만히 따라가 본다.
그들의 발자취가 내가 가보지 못한, 나는 엄두도 못 낼 그런 곳에 가 있기도 하다. 우리 모두가 동시대를 살고 있으나 단 한 명도 똑같은 삶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해볼수록, 제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그들의 자리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내 평생 첫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있다.
19세, 낯선 미국 땅에서 나에게 처음 웃어주고 말 걸어주며 "친구"가 되어준 아이.  사과를 좋아하던 사과 같은 아이. 나의 풋사랑과 첫사랑을 모두 알고 있는 아이. 늘 나에게 먼저 베풀어준 아이. 항상 나를 찾아와 준 아이. 같이 힘든 시간들 지나면서도 나의 힘든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들어준 아이. 미친년 같은 시간을 보내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 봐준 아이.
그리고..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삶으로 나를 야단친 아이..
늘 한 발자국 앞서서 나에게 따라오라는 듯 움직이는 아이...

아픈 자신의 몸으로 아픈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준 아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아이.
암병동에서도 빛이 나는 아이.
친구이지만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오랫동안 투병하고 늘 아팠던 그 친구에게  걱정을 의논하고,  힘들다 투정하고, 그리고  삶의 처방을 받는다.

" 야! 그냥 오늘 하루만 살아"


툭 던지듯 내뱉는 가녀린 그 몸에서 나오는 말에

나는 흔들렸던 나 자신을 동여매고 추스른다.


친구는, 그런 존재다.  

멀리서도  말 한마디로 구명의救命衣를 던져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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