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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Nov 27. 2023

낯선 나와의 동거, 새로운 시작

내가 바라보는 나

어느새 연말이다.

그리고 내가 혼자 살기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나간다.

북반구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 연말이란 겨울이란 뜻이다.

겨울은 뭔가 스산하고 음습하며 동시에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북적거리는 식구가 많은 때에는 쉽게 잊을 수 있었던 시리고 적막한 마음이 갑작스럽게 동그랗게 떠오른다. 허옇게 드러나는 쓸쓸함에 당황스럽다.  

아 벌써 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구나, 다들 어둠에 쫓기듯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5시면 어두워지는 겨울 저녁,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챙겨야 하는 사람도 없지만, 나는  땅에 스며드는 힘 잃은 태양처럼  조용하고 빠르게 작은 나의 공간으로 숨어든다.


하아.......

날씨 탓일까,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은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낯선 불안이 겹쳐있다.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런 나를 알아보기 힘들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훈련되어 온 남들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과 혼자 딸그락 문을 따고 들어가 나를 마주하게 되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에서 나는 한없이 자유하기도, 한없이 부자유하기도 하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란 것이  지난 50년간의 태어남에서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나를 바라볼 시간을 가지게  되는 거라는 걸 몰랐다.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나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과 나를 바라보는 일이 참으로 불편하고 낯설었다.

나라는 사람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와서 많은 사람과 사건을 겪으며 동거동락해 왔지만 정작 나는 나를 알지 못했다.  

" 나 "이어서 무시하고 홀대했고, "나"이기 때문에 수시로 그 입을 틀어막았다.

그 마음의 소리가 내 귀에 들리려 할 때 나는 귀를 막았고 ,  나의 이야기들은  수많은 마음의 방문에 가두고 무거운 자물쇠로 걸어 잠갔다.


그 소리를 들을 여유도, 자신도 없었으니까.


이제 마음의 방문마다 걸린 그 자물쇠들을 열고 닫힌 이야기들을 꺼내 빛을 쐬어주고 바람이 통하도록 해야겠다.  나의 아픈 마음들과 쓰린 기억들이 실체보다 더한 곰팡이 꽃을 뒤집어쓰고 있도록 두지 않으련다.

딱 그만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나는 지나온 길목에서 서성이는 나를 환영하고 안아주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마음속에 가둬둔 슬픔의 무게보다 더한 자물쇠의 무게에서.

문 뒤에 어떤 녀석이 나올까 두려워하지 않고, 털어내고 비워낸 가볍고 투명해진 그 어느 날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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