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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Feb 01. 2021

워킹맘의 독박 육아: 나는 누구인가?

2019년이 되어 남편이 있는 곳으로 발령을 받았다. 남편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으로 마음에 한낱 머리카락 정도의 여유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일과 돈 버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일요일에는 가끔 쉬곤 했지만, 그때는 녹초가 되어 이불과 한 몸이 되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족이 한 곳에 모여 함께 생활하는 것은 좋은 출발이었으나, 나의 독박 육아도 함께 시작되었다. 




친정에서도 출근 전, 퇴근 후에는 내가 아이를 전적으로 돌보았지만,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일까지 병행하며 해야 하는 주 7일 독박 육아는 노동의 강도가 달랐다. 나는 남편이 없는 시간에 아이와 함께 기상하여 아이를 씻기고, 밥 먹이고, 등원시킨 출근을 했다. 6시가 넘어 퇴근을 한 후에는 유치원에 혼자 남아있는 아이를 픽업해왔다. 집에 와도 남편은 없었다. 7시가 조금 지난 시간부터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에게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나면 9시쯤 되었다. 


그나마 아이가 순순히 엄마의 말과 스케줄을 따라줄 때면 괜찮았지만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면 너무 힘들었다. "엄마, 오늘 유치원 가는 날이야? 안 갈래~ 안 갈래~ 엄마랑 있을래~~" 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위해 가끔은 반차나 휴가를 쓰기도 했지만, 매일 그럴 수는 없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겨우 등원을 시키고 씁쓸한 마음으로 출근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날에는 업무의 성과나 회사의 핫이슈 등으로 즐거운 순간에도 마음 한편은 아리었다. 


늦은 하원 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놀이친구를 해 주려고 노력했지만,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을 한두 시간 남짓... 아이는 '더, 더, 더'를 외쳤고, 나는 "내일 또 하자", "한 번만 더 한다!" 등으로 대답하며 겨우 진정시키곤 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면 이미 9시를 넘어 10시를 향하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주말과 휴가도 남편 없이 아이와 함께 했다. 집 앞 공원을 가거나, 테마파크에 가거나, 농장에 가거나, 병원에 가거나 등등등. 




조명 스위치의 ON/OFF와 같이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엄마로서, 근무시간에는 내 일을 위해 그 역할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엄마와 '일'에서 벗어난 시간에 생각에 잠길 때면, 마음이 공허했고 핵심을 찌리는 마음의 소리에 괴로웠다. 특히 운전을 할 때 그랬다. 


'나,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네가 진짜 원하는 삶이 이거니?'

'네가 하고 싶은 게 뭐니?'


워킹맘의 독박 육아가 길어지면서.. '나'와 '자존'에 대한 욕구도 짙어졌다.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사로잡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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