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고 및 2021년을 맞이하며
오지 않을 것 같던 2021년이 와버렸다. 21년이 왔다는 것은 내 30대가 시작되었다는 말과 같다.
이 글은 기획자로써가 아닌, 그냥 사람인 '나'로 기록을 하고 싶어 적어본다. 그래 봐야 나에서 '기획자'라는 직업을 빼면 얼마나 설명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본다.
대개, 새해 목표 또는 다짐은 작심삼일에서 그친다고들 한다.
새해에 결심한 것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새해 결심이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막연히 살 뺀다! 금연한다! 책 읽는다! 등의 막연한 다짐을 세우기보다는 더 행복한 '나'를 위해 어떤 걸 하면 좋을지 고민해본다.
왕복 3시간 거리의 통근 환경을 개선하고자 돈을 썼다.
물론 내 돈 아니고, 정부 돈과 엄마 아빠 돈.
만족도는 5.0 만점에 4.0 1.0을 제한 이유는 역시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60만 원에 육박하니 작고 귀여운 내 급여에선 크나큰 타격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 한들, 반전세이기에 월세 사는 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만족도가 큰 이유는,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나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 한 달에 두세 번가는 본가에 가서도 가족들과 사이좋게 지내다 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만족도가 크다.
사람의 욕심과 비교는 끝이 없지만, 내 기준에서 나는 크게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 아래 하고 싶은 것을 다.. 는 아니지만 웬만한 건 걱정 없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부모님)
하고 싶은걸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기반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대학생 시절 용돈 받는 족족 써서 저축의 개념이 없었다.
27세 중반에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현재의 기쁨은 돌아서면 사라지고 미래의 불안함이 남는다고 깨달았다.
IT 에이전시의 연봉은 너무 나 작고 소중한데, 이 티끌마저 모으는 법을 모른다면, 나중에 태산이 와도 티끌이 되어버리게 될 것 같아 저축하고 남는 것에서 쓰는 습관을 들였다.
친구들이 새벽 늦게까지 술 마시고 택시 타고 집에 갈 때, 나는 대중교통을 고집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그렇게 하면 행복하냐 고 되묻는 사람들의 말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느 유튜버가 '타인의 노력을 폄하하는 사람은 멀리하라' 고 말을 했는데 와 닿았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 한들, '난 다신 연애 안 할 거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이 좋은걸 왜 안 한담? 다만 조금 달라진 것은, 시작할 때 조금 더 신중해졌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 수록 흔히들 '조건'을 따지게 된다는데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외모 능력 성격의 삼박자의 조건을 본다기보다는(물론 우수하면 너무 좋지만)
그 사람과 함께할 때 내가 행복한가, 혹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의 조건을 살피게 되었다.
이별할 때에도 같다. 이 사람과 함께할 때 행복한가? No? 그렇다면 마음을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머리가 내린 결정을 조금 더 따르려고 한다.
한 번 사는 인생, 매일 즐거워도 아쉬운 판에 나의 행복을 희생하면서 인연을 꾸역꾸역 이어가는 게 과연 건강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해 거듭되는, 다이어트 영어공부 독서는 매번 내 버킷리스트에 들어갈 것이다. 한 달 계획은커녕 일주일 계획도 3일을 겨우 유지하면서 올해의 다짐을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30대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지. 얼마 살진 않았지만, 해가 갈수록 '새해 버프'는 줄어드는 것 같다. 고작 하루가 바뀐 것일 뿐이라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나보다 나은 하루, 내일이 기다려지는 하루를 만들어가며 충실히 사는 게 최선이 아닐까.
모든 92년생, 원숭이띠. 즐거운 30대를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