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독서모임 - ⟪디즈니만이 하는 것⟫ 독서록
본 글은 온라인 독서 모임 '트레바리'에 등록한 독후감을 살짝 수정하여 올린 글입니다.
'기획자는 정말 회사 내 외딴섬의 직군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던 중,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트레바리'의 온라인 독서 모임에 '요즘 뭐해? 기획자들-톡톡' 이 눈에 띄어 가입하였고, 이 ⟪디즈니만이 하는 것⟫은 모임의 두 번째로 선정된 책이다.
제목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서 예상하고 기대했던 내용은 디즈니가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하고, 어떤 환경과 팀워크이기에 크리에이티브함을 펼칠 수 있을까. 그들의 상품의 배경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가장 최근 개봉한 '소울'을 보고 난 직후이어서 그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든지, 각 영화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스터에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라든지 뭐 그런 것들의 공식 입장을 알고 싶었다.
근데 이게 웬걸? 아이거의 자서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책이었고, 일단 읽어야 하니 '그래 뭐부터 잘 풀렸는지 한 번 읽어나 보자'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밥 아이거의 시간을 따라갈수록 그의 행보에 더 관심이 갔고, '역시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를 더 느끼게 되었다. 그는 말단 직원 시절부터 CEO까지 올라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경험과 본인의 신념 등을 책에 잘 녹여냈는데 이마를 탁 치게 된 내용이 하나 있다.
리더가 우선사항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은 일할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중략)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비효율이 만연하고 불만이 쌓이며 사기는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196p)
조그마한 에이전시에 다니는 나는 요즘 딱 저 상황에 처해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일단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비효율적으로 냅다 일을 하고 있는 상황들. 해결책은 아니지만 상황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려준 문장이라고 생각하여 가장 인상에 깊게 남았다.
밥 아이거가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는 진정한 리더십 10가지 대원칙 은 아래와 같다.
① 낙관주의 : 달성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실용적인 열정
② 용기 : 리스크(Risk)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
③ 명확한 초점 : 우선순위를 자주, 명확하게 알리는 것
④ 결단력 : 리더는 견해의 다양성을 장려하되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겨야 함
⑤ 호기심 : 깊고 지속적인 호기심은 새로운 사람들과 장소,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하고, 시장과 그 변화하는 역학에 대한 이해도 도움
⑥ 공정성 : 사람들을 공정하고 품위 있게 대하는 태도가 겸비되어야 진정한 리더십 발휘
⑦ 사려 깊음 : 사려 깊은 태도는 훌륭한 리더십의 자질
⑧ 진정성 : 진실과 진정성은 존중과 신뢰를 낳음
⑨ 완벽주의 : ‘웬만큼 좋다’ 고 변명하지 말아야 하며, 평범함을 거부
⑩ 고결함 : 어떤 기업이든 품질과 고결한 이 두 가지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이는 구성원과 제품 모두에 해당
열 가지 모두 본인이 지니고 있다면 정말 훌륭한 리더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사람이 존재할까? 다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위 열 가지 중 현재의 내가 가장 공감이 가고 내가 우선순위로 지니고 있는 것은 ①낙관주의 와 ③명확한 초점이다.
2021년이 되면서 프로젝트 리더라는 것을 처음 맡게 되었는데, 팀원일 때와 다르게 느낀 부분이라 더욱 중요하게 느낀다. 리더회의에 참여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질 때가 잦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결론도 없고 대책도 없는 회의에서 눈만 뜨고 숨만 쉬고 있는 꼴이었다. 나름대로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하고,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의 해답을 고민할 때 팀원분들이 다음 테스크를 물어볼 때면 나의 저 혼란스러운 부분들은 싹 걷어내고 지금까지 내가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초점을 명확히 하고 다소 '낙관주의'적인 말을 덧붙였던 것 같다.
평소에도 감정을 마구 표출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지금은 더더욱 팀원들의 사기를 꺾지 않도록 개노답인 상황에서도 해결책 또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리더의 능력에 대해 신뢰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중략) 당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느낌 따위를 전달하지 말라는 의미다. (173p)
모든 사람이 리더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그 누구도 리더이지 않을 것이다. 따르는 사람이 있기에 리더가 있는 것이고, 그 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여야 한다. 모두가 (좋은) 리더가 되는 법, 리더의 n가지 원칙 이런 리더의 자질에 대해 많이들 언급하는데 난 그렇게 타이틀에 목매고 싶지 않다. 그냥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일 잘하는 사람=리더 라면 타이틀이 붙건 안 붙건 리더와 같은 태도를 갖추고 일을 해야겠다.
아무튼, 그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간 후, 픽사나 마블, 21세기 폭스 등을 인수하게 되는 내용을 그리는데 사실 아직 주니어인 나에게 후반부의 내용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그가 성장 중에 있던 내용들이 더 와 닿았다. 그리고 그는 그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4시 30분에 일어난다고 해서 뭔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야근이 잦은 업계 특성상, 저녁 시간에 무언가 하기에는 좌절감을 느끼기 십상이기에 나도 작년부터 새벽 기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4시 30분은 아니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주니어 시기이기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열정과 역량을 표출할 수 있도록 작은 준비들을 차곡차곡 쌓아야겠다고 느끼게 되었다.
출/퇴근길과 퇴근 후 틈틈이 읽어 완독 하는데 이 주 정도 걸린 것 같다. 트레바리 첫 번째 책이었던 ⟪인스파이어드⟫는 정말 재미가 없어서... 완독은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읽어볼 것이라고 다짐은 해본다.
세 번째 책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다. 왠지 또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버킷리스트 한 구석에 있는 '해외에서 일하기'를 잠시 엿볼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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