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 일주일간의 기록
사실 일주일간의 기록도 아니다. 틈틈이 이 마음을 기록해두려 했는데, 그럴 새 없이 너무 바빴다.
퇴사 전 일주일이 재직 1년 4개월 중 제일 바빴다.
며칠이고 고민하고 결정 내려 나름 논리 정연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저기 실장님 면담 가능하실까요?"
라고 물어보는 거 자체가 너무나 큰 도전이었다.
오전 10시 15분이 조금 넘은 시각이라,
아침부터 퇴사 얘기를 꺼내는 건 아니지? 하면서 역시나 합리화를 시작했다.
그래도 실장님의 시간을 찜해놓는 건 중요할 것 같아
다른 이슈와 엮어 면담 가능 시간을 여쭤봤다
40분 뒤인, 11시에 찾아뵙기로 하고 그간 할 말들을 정리했다.
할 말 정리는 다 되었는데, 말을 어떻게 시작하지?
앉자마자 다짜고짜 "저, 퇴사합니다!" 해야 하나?
허락을 구해야 하나? "저의 퇴사를 허락해 주세요?"
아니, 내 퇴사인데 왜?
퇴사만 벌써 3번째인데,
왜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하긴 사랑과 이별도 매번 새로운데 퇴사라고 다르겠냐만은
실장님 방에 들어가 괜히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업무 히스토리를 공유해 드렸다.
실장님 이건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저거는 작업 다 해놨습니다.
그리고 그거는요..
아차.. 말이 길어질수록 계속 횡설수설해짐을 느꼈다.
바로 본론을 말씀드리기로 했다.
“저 면담 요청드린 이유는.. 퇴사하려고 합니다”
친구들 앞에서 퇴사를 밝힐 땐 세상 큰소리치며 떵떵거렸는데
왜 그 앞에서는 눈을 못 마주치겠고,
목소리가 떨리고 왜 눈물이 날 것 같은지
확실한 건 죄송해서는 아니고
그냥 내가 마음 아파한 부분을 입 밖으로 꺼내야 해서 일 것이다.
그때의 감정이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것이다.
체계가 곧 잡히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하신다
하지만 내 퇴사의 이유는 체계 때문이 아니다.
이 회사의 결과 나의 결은 곧 죽어도 맞지 않는다.
나의 업무를 유난이고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로 생각하는 곳에서
철판 깔고 일을 지속할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체계가 바로 선들, 그들의 인식이 바뀌려면 얼마나 걸릴까?
내가 너무 논리적으로 강하게 말해서 그런지
면담은 10분 만에 끝났다.
중간중간 목이 메고 이상한 염소소리를 낸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잘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