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초의 반딧불이와 아이유의 밤편지
비가 내리던, 8월의 마지막 날 저녁이었어요.
마당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얼른 나와보라고 소리치는 거 있죠?
“무슨일이야?”
설거지 하던 걸 멈추고,
아이들과 후다닥 달려나가보니,
글쎄!
반딧불이가 마당에 찾아왔네요!
우와,
제 인생 최초로 본 반딧불이였어요.
어두운 밤,
이렇게 고요하게 빛나고 있더라고요.
우리 가족.
너도 나도 우와, 우와,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답니다.
저렇게 반딧불이가 빛나는 거였어요.
저는 반딧불이를 책이나 TV에서만 보고,
실제로 본 건 정말 처음이거든요.
근데, 남편도 그렇다고 하네요.
그래서 다 큰 어른인 남편과 제가 아이처럼 신기해 했답니다. 반딧불이를 만나는 일이 드물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아이들보다 더 신났는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반딧불이는 얼마간 우리집 데크 위를 조용히 날아다니다가 떠났답니다.
다음에는 친구들도 데리고 오렴, 하면서 안타깝고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반딧불이와 작별하고 나서
문득,
아이유의 밤편지가 떠올라,
집 안으로 들어와 노래를 틀었습니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예요.
이 노래를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반딧불이를 실제로 만나고 난 뒤에 그 감정으로 들으니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 황홀하고 낭만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별이 내 앞을 이리저리 오가는 것 같이 말이죠.
이 가사를 적을 때도
비슷한 장면을 보고,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으려나,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작사가가 느꼈을 지도 모를 경험을 해 본다는 일,
참 멋진 거더라고요.
대중들이 모두 사랑하는 그 음악이 좀 더 내 것 같아졌습니다. 다음 번에 듣는다면 좀 더 푹 빠진 감정으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2021년 8월 마지막날에 우연히 우리집 마당에 찾아와준 반딧불이를 평생 기억할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멋진 추억으로 남는다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한 어린시절의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으로 말이죠.
그러고보니 2021년 올 해 여름엔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멋진 경험을 운 좋게 두 개나 했네요.
별똥별을 본 것.
그리고 반딧불이를 만난 것.
모두다 우리집 마당에서 말입니다.
정말, 어디서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멋진 경험이었어요. 지금의 우리집으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이 벅찬 느낌과 낭만적인 감정들은 평생 몰랐겠죠. 언젠간 별똥별도 반딧불이도 만날 수는 있었겠지만 우연히, 이렇게 일상 속에서 우리들끼리 하는 경험은 못했을테니까요.
그 최악의 순간에서 내린 이사라는 결정이 아이러니하게도 또 이렇게 최고의 순간들을 만들어주네요.
그 도시에서,
그 어둠에서 도망쳐,
무작정 떠나오길 참 잘한 밤이었습니다.
참,
알 수 없는 인생입니다.
그래서 좀 더 살아봐도 좋은 거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