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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Sep 14. 2021

우리집 마당에 반딧불이가!

내 인생 최초의 반딧불이와 아이유의 밤편지



비가 내리던, 8월의 마지막  저녁이었어요.


마당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얼른 나와보라고 소리치는 거 있죠?


 “무슨일이야?”

설거지 하던 걸 멈추고,

아이들과 후다닥 달려나가보니,

글쎄!


​​

반딧불이가 마당에 찾아왔네요!


​​


우와,

제 인생 최초로 본 반딧불이였어요.​

어두운 밤,

이렇게 고요하게 빛나고 있더라고요.

​​


우리 가족.

너도 나도 우와, 우와,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답니다.​

마당에서 만난 반딧불이

저렇게 반딧불이가 빛나는 거였어요.​


저는 반딧불이를 책이나 TV에서만 보고,

실제로 본 건 정말 처음이거든요.

​근데, 남편도 그렇다고 하네요.​

그래서 다 큰 어른인 남편과 제가 아이처럼 신기해 했답니다. 반딧불이를 만나는 일이 드물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아이들보다 더 신났는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반딧불이는 얼마간 우리집 데크 위를 조용히 날아다니다가 떠났답니다.

​​

다음에는 친구들도 데리고 오렴, 하면서 안타깝고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반딧불이와 작별하고 나서

문득,

아이유의 밤편지가 떠올라,

집 안으로 들어와 노래를 틀었습니다.

​​​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예요.

​​


이 노래를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반딧불이를 실제로 만나고 난 뒤에 그 감정으로 들으니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 황홀하고 낭만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별이 내 앞을 이리저리 오가는 것 같이 말이죠.

​​

이 가사를 적을 때도

비슷한 장면을 보고,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으려나,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작사가가 느꼈을 지도 모를 경험을 해 본다는 일,

참 멋진 거더라고요.

대중들이 모두 사랑하는 그 음악이 좀 더 내 것 같아졌습니다. 다음 번에 듣는다면 좀 더 푹 빠진 감정으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2021년 8월 마지막날에 우연히 우리집 마당에 찾아와준 반딧불이를 평생 기억할 것 같아요.

​​

우리 아이들에게도 멋진 추억으로 남는다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한 어린시절의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으로 말이죠.



그러고보니 2021년 올 해 여름엔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멋진 경험을 운 좋게 두 개나 했네요.


별똥별을 본 것.​

그리고 반딧불이를 만난 것.


모두다 우리집 마당에서 말입니다.​


정말, 어디서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멋진 경험이었어요. 지금의 우리집으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이 벅찬 느낌과 낭만적인 감정들은 평생 몰랐겠죠. 언젠간 별똥별도 반딧불이도 만날 수는 있었겠지만 우연히, 이렇게 일상 속에서 우리들끼리 하는 경험은 못했을테니까요.

​​

그 최악의 순간에서 내린 이사라는 결정이 아이러니하게도 또 이렇게 최고의 순간들을 만들어주네요.


그 도시에서,

그 어둠에서 도망쳐,

무작정 떠나오길 참 잘한 밤이었습니다.

​​

참,

알 수 없는 인생입니다.


​그래서 좀 더 살아봐도 좋은 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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