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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Sep 22. 2021

보름달 뜬 추석밤에 올 가을 첫 불멍

전원주택에서 보내는 추석


요 며칠 날씨가 좋더니, 추석 당일은 예보대로 비가 오네요.

비가 한참을 내려서 추석 보름달은  보나 했는데,

다행이 오후부터 하늘이 맑게 개었어요.


드디어, 만난 보름달.

확실히 빛공해가 없는 시골이라 달이 크고 밝게 느껴집니다.

달의 무늬까지 선명하게 잘 보여서, 달 속에 토끼까지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아이들이 갑자기 대추를 따 달라고 해서, 대추나무에서 대추를 따서 먹기도 했습니다.

바로 따서 먹는 싱싱하고 달큰한 대추의 맛.

대추까지 먹으니 정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저의 최애 맥주 하나씩 챙기고, 쫀디기랑 마시멜로우도 챙겨서 마당으로 나가요.


어느새 남편이 불을 피워 놓았네요.

얼른 블루투스 스피커로 휴대폰을 연결해, 분위기 좋은 음악을 하나 틀어 놓습니다.

음악으로 낭만을 더하려고 하는데, 음악보다도 운치를 더 해주는 건 주변의 귀뚜라미 소리.

밤에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가을이 왔습니다.



크고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불 앞에 옹기종기 앉았어요.

어른들의 이야기가 오가는 불멍도 좋지만, 도란도란 우리 넷이서 이야기를 불멍 좋네요.


그러고보니, 올 가을 첫 불멍입니다.

약간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을밤이 역시 불멍하기 제일 좋은 계절이죠.

등은 쌀쌀하지만 앞은  덕분에 따뜻합니다.


따뜻한 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의 온기를 나누는 밤.

조용한 마당에 우리끼리만 불멍을 하는 밤.

하하호호, 웃고 떠들다가 우리가 이야기를 멈추면 잔잔한 음악과 귀뚜라미 소리만 들리는 .


그게, 제일 좋아요.


마당에서 불멍을  때면 빠지지 않는 마당냥이, 티티도 어느새 찾아왔네요.

작년 가을에는 다섯마리 마당냥이들이 마당을 왔다갔다 했었는데, 파보 바이러스와 여러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제는 티티랑 미까만 남았습니다. 내가 선택해서 같이 살게 된 게 아닌데도, 밥과 물을 챙겨주다 정이 듬뿍 들어버려 아이들이 떠날 때마다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티티랑 미까는 오래오래 우리곁에 있어주면 좋겠습니다.



쫀디기와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어요.

둘 다 불에 구우면 훨씬 맛있어지는 간식입니다.


둥글고 큰 추석의 보름달 보며

소원 한 번 빌고,

마시멜로우 한 입 먹고.



그렇게 우리들의 추석 밤이 익어갑니다.


잔잔하고 소소하게 흘러가는 추석의 밤.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이 곳에서 맞는 작고 행복한 일상들에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여러분의 추석은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추석도 평범하고, 평화롭고, 소소하게 행복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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