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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은 May 29. 2024

<50+재단> 에코백_Black

<50플러스재단> 검정에코백으로 앞치마 만들기


내가 있던 장애인 기술학교에 입학생이 들어 올때보면 학생들은 가방대신 검정비닐에 자신의 소지품을 넣어 들고 왔다. 일년을 학교에서 살아야 하는데 들고 오는 짐은 검정비닐봉투 하나면 충분했다. 비닐봉투만큼이나 그들의 삶이 가벼웠으면 좋았겠지만 장애인의 삶은 비닐봉투처럼 얇팍하기만 했다. 제대로된 신발 하나 신고 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물론 오래전 일이다. 벌써 15년은 지난 이야기지만 검정비닐봉투를 볼때면 그 친구들이 생각이 난다.




<50플러스재단> 검정에코백으로 앞치마 만들기


'50+의 서재'라는 제목처럼 책을 넣기 적당한 크기와 원단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책을 여러 권 들고 다니는 일은 흔하지 않다. 접어서 다른 가방에 넣어 다니기엔 두껍다. 검은색은 때가 덜 타지만 먼지가 많이 묻는다.


이 가방은 언니가 주로 이용하다가 이젠 옷장에 넣어 두는 에코백이 되었다. 언니는 내가 만든 에코백 앞치마를 보더니 이 가방을 던져주고 가셨다. 그러고 보니 언니가 가지고 있는 에코백도 몇 개는 더 있을 것 같다.



앞치마로 변신한 에코백


이번엔 길이가 짧고 허리에 두르는 앞치마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가방을 뒤집고 밑둥이 되는 삼각재봉부분 실을 풀러 준다. 우측 오버록 부분을 시작으로 ㄱ자 모양으로 자르면 2개의 네모가 연결된 가로로 긴 형태로 펼쳐진다.

가방의 앞면과 뒷면이 가로로 펼쳐지면 가운데 재봉선이 남는다. 접어 말아 박아져 있는 가방의 입구 부분은 그대로 허리라인으로 쓰려면 어깨끈을 모두 재봉선을 풀러 제거한다. 제거된 어깨끈은 허리벨트로 사용하면 된다. 가운데 남아 있는 재봉선의 밑부분을 조금 풀어 벌어지게 만든다. 앉아서 작업할 때 앞치마가 움직이는 걸 조금 방지해 준다. 지난번 만들었던 에코백(이것과 같지만 색이 다른)의 남은 원단으로 주머니를 달아 흑백의 포인트를 살렸다. 미니 주머니도 달아 펜이나 가위 등 길고 뾰족한 도구를 넣기에 적당하다. 원단자체가 두꺼워 재봉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아파트에 살면서 공업용 재봉틀을 놓는 것이 부담스러워 가정용을 쓰다 보니 두꺼운 원단은 쉽지가 않다. 꾹꾹 눌어 박았다.




포인트가 되는 주머니/ 남은 끈과 짜투리



하체만 커버하는 앞치마는 간단한 작업들을 할 때 용이하다. 먼지가 덜나고 간단한 도구를 넣어 쓰기 쉽다. 상대적으로 긴 앞치마들은 도구를 주머니에 넣으면 앞치마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해서 불편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카페에서도 많이 쓰는 앞치마의 형태이다. 음료를 제조하거나 간단한 베이킹 할 때 쓰면 좋을 것이다.

나는 주로 숟가락을 깎는 작업을 할 때 애용한다. 간단한 목공작업은 앉아서 다리는 벌리고 하는데 허벅지를 커버해 주고 짧은 길이감과 가운데 슬릿(벌어지는 부분)은 다리를 벌리기에도 편하다.


연필이나 가위 같은 긴도구를 넣기 좋은 미니 주머니
허리형 앞치마로 완성



앞치마의 디테일


기존의 쓸모에서 새로운 쓸모로 옮겨가는 과정은 재미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전혀 다른 형태, 용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잘 안쓰는 물건,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은 다른 주인을 찾아 주거나 나의 쓸모로 바꿔보는 일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 새것보다는 새로움을 찾는 사람이 되어보자!!


*인스타. @monnuh-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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