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쓸모_Basket
지금 해외에 있어 작업을 못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약 2주간은 다른 소재의 재활용 작업들 소개해 드릴게요. 물론 제가 작업했던 것들입니다. 그리고 6월 말쯤 '에코백으로 앞치마' 전시를 준비 중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올 여름 에어컨 없이 살기로 했다. 작년가을 이사를 하면서 설치를 미루던 에어컨이 있다. 그리고 내년 여름전에 이사가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올 여름만 쓰자고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선풍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선풍기가 배달되어 왔고 다행이 스트로폼은 없었다. 대신 커다란 비닐봉지가 몇개 생겼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나는 캄보디아라는 무더운 아열대 기후에서 에어컨 없이 3년을 살았다. 선풍기 한대, 그나마도 종종 전기가 끊어지는 곳이었다. 선풍기를 내몸과 함께 같이 붙이며 살았지만 순간순간 나무그늘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과 우기의 시원한 스콜을 위로삼아 지냈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 더위는 곧 시작될테고 선풍기 한대로 한여름 더위를 이겨 낼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단 유혹이 너무 많다. 조금만 더워도 집앞 카페로 달려 갈테고 에어컨을 찾아 외출하겠지.
선풍기포장 비닐은 꽤 크다. 커다란 비닐 봉지를 잘 접어 잘라 끈의 형태로 연결했다. 잘린 비닐봉지는 원래의 용도를 잃었고 새로운 형태가 되었다. 실타래처럼 돌돌말아 두었다.
새로운 재료가 생겼으니 무엇이든 만들어 봐야지. 직접 뜨개질을 해볼까 시도해보니 비닐의 특성상 바늘에 잘 미끄러지지 않아 코바늘뜨개는 쉽지 않았다. 만만한게 코스터위빙이라 비닐을 심지로 코스터 위빙을 시도했다. 보통은 심지로 면끈을 쓰긴하는데 비닐도 잘 말아가며 심지역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작부분에서 조금 헤매였지만 금세 실을 본격적으로 감기 시작했다.
금세 코스터 크기까지 떠 감아 나갔고 코스터보다는 조금 큰 작품을 해보자는 생각에 바구니로 완성작을 바꾸었다. 적당한 크기까지 만들고 손잡이를 만들어 보았다. 손잡이가 생기니 완성도가 조금 올라 간 것 같다.
비닐이 너무 부드러워서 모양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또 그래서 곡선이 잘 나오기도 한다
비닐봉투를 이은 부분이 약간 도톰해져서 실로 감기지 않아 눈에 보여도 그대로 진행했다. 완벽히 가리기보다는 원래의 재료를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완성된 바구니는 선풍기포장비닐 2장과 털실, 돗바늘 만으로 완성했다. 꽤 짜임새가 있어 적당히 단단하고 또 부드럽다. 무엇보다 가볍다.
이 바구니를 처음 본 사람들은 재료가 비닐봉투라는 걸 말하기 전까지 잘 모른다. 재료의 물성을 이용해 용도를 바꾸고 나니 전혀 다른 쓸모를 찾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버리기전에 다시 한번 쓸모에 대해 생각하자.
이것이 나의 첫 비닐 바구니이다. 작은 사이즈로 비닐이 많이 노출되는 디자인이고 빠르게 제작가능하다. 나는 주로 솔방울 가습기를 담는 용도로 사용한다. 솔방울들을 물에 적셔 바구니에 놓아두면 천연 가습기역활을 해준다. 비닐이라 잘 젖지 않고 잘 마른다.
바구니는 쓸모가 많다. 그 쓸모를 스스로의 손으로 만드는 것은 엄청난 즐거움과 성취가 있다. 그리고 재활용이라면 더더욱 의미있다.
insta
@monnuh_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