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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Aug 31. 2022

가볍게 입던 옷의 무거운 진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리뷰(1)

여러분은 쇼핑 좋아하시나요? 계절이 변하고, 유행이 바뀌면서 우리는 새로운 옷들을 사게되는데요. 새로운 옷을 사는 만큼 많은 옷들을 버리기도 하죠. 우리가 입고 버리는 의류는 어디로 흘러 갈까요. 버려지지 않고 모두 재사용이 될까요? 옷장에서 사라진 옷에 대한 행방, KBS 다큐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리뷰입니다. 




헌옷수거함의 독


우리는 옷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며 버려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헌옷 수거함이 있으니까요. 입다가 질려서, 유행이 다해서, 나에게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아서.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옷들을 헌옷수거함에 배출하면서 쓰레기를 많이 버렸다는 생각보다는 막연한 기대마저 생기곤 합니다. '내가 입던 헌옷이 재사용되어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옷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헌옷의 95%는 빈곤지역으로 떠밀려갑니다. 수출이란 이름아래에서요. 국내 헌옷 재사용량은 단 5%. 헌옷을 처리하거나 유통되는 다른 경로는 없습니다. 오로지 다른나라에 의류 쓰레기 문제를 떠안겨줄 뿐이죠. 


그렇다면 헌옷을 수입한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헌옷은 빈곤한 나라에게 큰 골칫덩이라고 하는데요, 바닷속에도, 해변에도, 공터에도 의류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있습니다. 옷들이 배 모터에 끼어 생업에도 위협을 받고 있죠. 중고시장으로 들어온 헌옷의 40%는 쓰레기가 되고, 이 쓰레기들을 처리할 여력이 부족해 그저 내다버리거나 태우는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중고 의류 수출액 순위(BACI, Product trade by year and country (2019년 기준))




생산과잉과 소비과잉


일주일마다 유행이 바뀌고, 매주 신상품이 쏟아지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은 팔리지 않은 채 쌓인 재고와, 입지 않은 채 버려지는 의류 쓰레기를 생산합니다. 팔릴 양보다 더 많이 과잉 생산된 옷들과, 입을 양보다 더 많이 소비된 옷들이 주요 품목들이죠. 우리는 항상 옷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많은 옷이 필요하지는 않을 텐데요. 우리는 왜 필요한 옷보다 더 많은 옷을 사게되는 걸까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https://pixabay.com/)
옷을 사고 한번 입었잖아. 내가 오늘 그걸 입고 인생 사진을 찍으면 그럼 다시 놀러 갈 때 그걸 못 입겠는 거야. 똑같은 옷을 입고 사진을 올려야 되니까. 그래서 계속 옷장에 옷이 그냥 그대로 있는 거야. 쌓인 옷이 너무 많고. 오히려 일상에 편하게 입는 데일리 아이템이 없으니까 또 옷을 사러 나가는데 옷을 사러 나가면 또다시 한 번 입게 되는 꾸민 옷만 사는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야.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인터뷰 중>
새벽이 위험해. 새벽에 스마트폰 켜서 쇼핑몰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예쁜 옷이 자꾸 뜨네. 그리고 알고리즘이 잘 짜여있다니까. 추천해주는 것도 심지어 너무 예뻐.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인터뷰 중>


소셜미디어와 추천 알고리즘의 발달은 우리에게 더 많은 옷들을 욕망하게 만듭니다. 나에게 어울리거나 관심있을 것 같은 옷들을 추천 받다보면 더 많은 옷을 구입해야 할 것 같은 욕구에 사로잡히는 것이죠. 실제 1980년대에 비해 1인의 옷 구매양은 5배 상승했다고 하는데요, 1인당 연간 옷 구매량은 68개, 이중 12%(약 8벌)은 한번도 입지 않은채로 버려집니다. 과해진 욕구로 사고 입지 않아 버린 옷들, 더 많은 옷 소비를 유도하던 과잉 재고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결말은 같습니다. 그저 한데 모여 불타는 것이죠. 

사진출처 : 픽사베이(https://pixabay.com/)



값싼 의류의 진실

 

옷을 더 싸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합성섬유에도 치명적인 문제가있는데요, 전체 섬유의 52.2%를 구성하고 있는 폴리에스터는 미세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실제 한강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의 50%는 합성 섬유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주로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하수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보고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섬유로 형태를 바꾸는 순간, 우리 눈은 가려지게 됩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원 비중 (https://www.nbcnews.com/mach/science/)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 사실 페트병 하나보다 티셔츠 한 장이 훨씬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거든요. 기후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원인 중 하나인 거예요. 그런데 그게 페트병처럼 잘 안 보이니까 버려진 의류가 길거리에서 잘 안 보이니까. 문제의 심각성을 못 느낄 뿐이에요.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인터뷰 중>


염색은 어떨까요. 의류를 염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과 130도 이상의 고열이 필요합니다. 옷에 색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물의 양은 생각보다 어마어마 한데요. 염색과정을 반복하며 패션산업이 소비하는 물의 양은 전체 산업의 20%에 육박합니다. 염색은 주로 임금이 싼 나라에서 진행됩니다. 전체 의류 생산국 2위인 방글라데시의 의류 종사자 평균 임금은 112달러 수준입니다. 이 곳 염색공장의 상태는 어떨까요? 공장에는 하수처리를 위한 시설이 없습니다. 더 쉽고 저렴한 방법이 있으니까요. 의류 공장들은 생산시 발생하는 쓰레기를 운하에 버리고, 독극성 화학물질은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어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https://pixabay.com/)


샤리프 지밀 (환경단체 BAPA 사무총장): 방글라데시에서 만든 옷을 입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겐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옷을 입는 순간에 그 옷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물이나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았는지 말이죠.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 않습니다. 탄소를 배출하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책임은 부유한 나라들에 있습니다. 부유한 나라들이 환경 오염에 대해 보상해야 합니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인터뷰 중>



한쪽에서는 더 싸고 빠르게 옷을 소비하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처리시설과 대우받지 못하는 임금, 그리고 빠르게 파괴되는 생산국과 의류 폐기물 수입국의 환경으로요.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의류 가격표는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여태 옷 값을 제대로 지불한 것이 맞을까요?



참고자료.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KBS,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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