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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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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씨 Jun 23. 2019

격하게 사랑한다

현人과의 대화1

 - 열 살 딸 ‘현’과의 대화를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동갑내기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



저녁 7시 30분이다.  


월요일부터 차곡차곡 쌓인 피로는 금요일이 되면 시루떡처럼 어깨위에 내려앉는다. 저녁밥 차리기가 제일 힘든 날이다.  "엄마 배고픈데 밥 안 먹어?" 더 이상 엉덩이를 뭉개고 있을 수 없게 만든 현의 말에 30분 전 저녁을 차렸다.     


 '까톡까똑'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서는 막창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밝게 웃고 있는 여인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아~ 부럽다." 


속마음이 나도 모르게 뱉어졌다.  밥을 다 먹어가던 현이 사진을 힐끗 보곤 알은 체를 한다.  사진 속 여인들이 낯익은 이모들이다.  엄마도 가고 싶냐고 묻는다. 솔직하게 말했다. 아빠가 출장가서 엄마가 못나가는거니 가고 싶긴 하다고.

       

"그럼 가 엄마도"     


현은 자기는 엄청 놀고 싶을 때, 매일 노는데도 숙제 때문에 놀지 못하면 속상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엄마 마음을 잘 아니까 다녀오라고 했다. 엄마는 어쩌다 노는 건데 못 놀면 더 속상할 것 같다며 지금 바로 나가라고 했다.  이런 성숙한, 타인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무시하면 안되니 바로 알겠다고 했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안아주고 당부의 말을 남기고 8시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지금 음악이야기에서 카페깔루아를 마시고 있다.  신청곡 카더가든의 Home Sweet Home 을 들으며 최고의 사치를 부리고 있다.  현 덕분에 나만을 위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 

멋진 녀석, 고맙다. 


격하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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