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첫 회사의 부푼 꿈을 안고 일하던 사회초년생 시절 당시 기계설계 개발자 출신의 사장님께서는 항상 기술 연구소는 24시간 불이 꺼져 있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어느 부서보다 먼저 출근하고 제일 마지막에 퇴근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그래서 항상 퇴근 시간이 되면 사장님께서는 전 직원의 근태 관리 시스템을 뚫어져라 쳐다보셨고, 우리는 사장님이 퇴근을 하셨는지 안 하셨는지 암묵적인 순번을 정해 미어캣처럼 한참 맞은편의 유리 사이로 보이는 사장님의 실루엣을 매의 눈으로 유심히 관찰하면서 사장님의 퇴근을 기다렸다.
평균 퇴근시간 "저녁 10시"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씻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넘어 11시가 되어가고 퇴근 후 바로 잠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새벽 두 시까지 밤을 지새우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드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30대 초반 직종을 바꿔 현재까지 IT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야근과 퇴근 후의 부족한 개인 시간의 보충을 위해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새벽 1시 늦으면 2시까지 늦은 밤을 지새우다 결국 피곤에 못 이겨 반강제적으로 잠이 들게 되고 다음날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오늘은 꼭 일찍 자야지"라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몇 년째 되뇌며 하루하루 반복된 삶을 살고 있다.
씽큐베이션 3기가 시작되면서 그룹장님과 운영방안에 대해 사전 논의를 하다가 2기 마지막에 읽은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의 내용을 실천하자는 의미로 8시간 수면이라는 미션을 팀원에게 부여하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하루 8시간 수면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루의 일상을 1분 1초 단위로 꾹꾹 눌러서 생활하지 않는 이상, 조금의 방심으로 8시간 수면 자체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약 3주간의 미션 수행기간 동안 7~8번의 8시간 수면 약속을 지킨 저조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왜 8시간 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꼭 8시간을 자야 한다는 이유가 없다면 7시간만 자더라도 수면의 효과에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잠은 우리의 뇌와 몸의 건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일한 수단이다.
인간의 수면상태는 크게 Rem(렘) 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과 NonRem(비렘) 수면(non rapid eye movement sleep)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의 수면은 매일 렘과 비렘의 대뇌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는 처절한 싸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렘수면은 전체 수면시간의 80%, 나머지 20%는 렘수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수면은 보통 비렘수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가 수면의 후반기로 이어질수록 렘수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한다.
-Rem(렘) 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
렘수면은 낮동안의 정신활동을 정리하는 수면으로 뇌가 완전히 잠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뇌파 활동을 유지하며 신체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회복하고 낮동안 습득된 단기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이 진행된다.
-NonRem(비렘) 수면(non rapid eye movement sleep)
비렘수면은 신체적 충전을 하는 수면으로 뇌와 신체가 모두 쉬는 상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낮에 쌓인 피로물질과 노폐물을 처리하고 새로운 영양분을 공급하는 등 신체 세포 재생에 관여한다.
잠잘 때 처음 비렘수면이 주도하고 아침이 가까워질 무렵에 렘수면이 주도하는 수면 양상은 한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만약 다음날 급한 회의 일정 때문에 6시간 뒤 일어나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으로 잠자는 시간만 따진다면 약 25%의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사이클을 함께 생각한다면 우리는 90%의 렘수면에 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렘수면이 부족함에 따라 낮동안 쌓인 피로물질과 노폐물의 처리와 영양공급이 원활해지지 못하면서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한 상황이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필자와 같이 매일매일 똑같은 패턴의 수면 양상을 보인다면 악순환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루에 8시간 수면이 가능할까?
씽큐베이션 3기를 운영하면서 그룹장님과 사전 미션을 협의했지만 매일매일 "8시간 수면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적인 업무와 함께 퇴근 후의 개인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아무리 DR을 적성해봐도 1시간에서 2시간의 공백이 발생하였다. 그래서 우선 다른 팀원은 어떻게 하루 일정을 계획하였는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씽큐 오프라인 모임에 미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가만히 듣고 계시던 그룹장님의 뼈 폭 한마디에 나의 머릿속에 한가득한 고민거리는 격침되어 버렸다.
8시간 수면은 가능, 불가능을 거론해서는 안된다.
당장 죽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로 해야 하는 일이다.(by 아침 하는 의사 아빠)
물론 아직까지 서문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필자 또한 8시간 수면을 매일 지키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긴급 업무, 요일 빡독 등 개인적으로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1시간에서 2시간의 추가 시간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나름 자투리 시간(ex:DR)을 줄여보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도 약간의 모자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전전 긍긍하고 있다.
그룹장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8시간 수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은 저명한 사실이며, 어쩌면 항상 컴퓨터와 싸움을 해야 하는 IT 개발자들은 수면이 필수 사항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업군 중에서 수면시간에 한해서는 최상위로 지켜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잊을만하면 들리는 IT 개발자의 사고소식을 들으면서 과연 내가 언제까지 이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겉으로만 화려하게 보이는 IT강국, 4차 산업 중심 대한민국이 아니라 내실 있는 겉과 속이 탄탄한 IT강국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