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법정에서 내 사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판이 지연되어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기록을 보고 또 보고, 시계를 보고 또 보고 하다가
메모지에 낙서를 했다.
정육면체와 원기둥, 삼각뿔을 그리고 명암을
넣다가 사람 모습도 그리고..
앞 사건들을 방청하는데.
20대 초반의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껄렁껄렁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사건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어른들이 저 친구들에게 그런 행동이 엄히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더라면 이 법정에 서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피고인들은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심각성을 모르고 법정태도가 불량했다.
나는 앞 사건을 지켜보면서 청소년들에게 피해자가 되었을 경우 구제방법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이 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계기로 청소년법률강의를 하게 되었고, 오늘은 청소년들과 그 부모님을 상대로
디지털범죄와 학교폭력을 주제로 강의했다.
((재능도 별로 없으면서 재능기부로 ㅋㅋㅋㅋㅋㅋㅋ))
청소년들, 특히 남자 중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것은..후덜덜덜 달그락달그락
경직된 분위기의 군인들 앞에서
남자가수가 홀로 댄스곡을 부르며 허공 속에 노랫소리가 흩어지는 그런 느낌이었지만..
부모님들의 호응은 좋은 편이었다.
내가 그렸던 그림을 넣어서 급조한 ppt자료로 강의했다.
요즘은 학교폭력도
와이파이셔틀(데이터 빼앗는 것), 기프티콘과 게임아이템 셔틀, 게임대행, 소액결제 요구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고
따돌림도
카감(카카오톡 감옥, 나가도 계속 초대), 방폭(초대해 놓고 피해자 빼고 모두 나가는 방식), SNS저격글 등 신종 따돌림, 괴롭힘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학교폭력이자 형법이나 기타 법률에 위반되는 사이버범죄에 해당되는 경우가 되는 것을 잘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욕설의 경우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너도 나도 하니까 무감각한 것이다.
그러나 소위 '임자'를 만나서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면 그런 행동들은 엄격하게 판단받는다.
학교폭력의 경우 학폭위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민형사와 학폭위를 동시에 하는 방법도 있다.
학폭위도 초기진술서가 가장 신빙성이 높으므로 초기 진술서를 잘 써야 한다는 점,
징계처분에는 항목별로 점수가 있기 때문에 공격도 방어도 증거도 모두 그 항목에 체크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등
생활밀착형, 알뜰실속형 강의를 했다.
사이버성범죄를 비롯한 사이버범죄, 학교폭력 신고와 상담, 다양한 지원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피해자도 가해자도 안 되었으면 좋겠는데.
집중하는 15분 정도 지나고 아이들의 머리 위로 희미한 것(영혼으로 추정)이 새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음번엔 조금 더 쉽게 설명하고 그림도 좀 더 잘 그려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