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몬스테라 Apr 14. 2023

어제 냄새, 오늘 냄새

내가 맡은 사건 피고인들 중

마음이 불안해서인지 연일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그와 만날 때는 늘 회의실에서 만났다.

우리 사무실 회의실은 좁고 창문이 없다.


전날 만난 피고인을 다음 날 또 회의실에서

만나고난 다음 환기를 시키면서

나는 '어? 어제 냄새하고 같네.'라고 생각했다.


그는 좁은 방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지내나 보다.


좁은 공간은 몸에 그의 시간을 새기고

그는 다음날 어제의 시간을 뿜어냈겠지.



어떤 할머니 피고인에게서도 늘 같은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바람이 부는 날 바깥에 빨래를 오래 말리면 나는 냄새,

바람 부는 날 자전거를 오래 타고 집에 들어오면

옷에서 나는 '바람 냄새'다.


아마도 할머니는

바람 부는 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밖에서 수도 없이 바람을 안고 있다가

나에게 왔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남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냄새를 가질 수 있는 삶을 꿈꿀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소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