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몬스테라 Apr 22. 2023

법정에서, 태도를 생각하다.

(태도는 AI로 대체할 수 없어요.)

식당을 하는 피고인이 있었다.

가게 손님과 배달음식의 품질을 두고 설전을

하다가

침을 뱉었다는 이유로 폭행죄로 고소당했다.


어떤 사람들은 폭행이라고 하면 싸다구나 주먹다짐 정도는 되어야 폭행이 아니냐고 한다.


아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면

모든 것은 엄하게 판단된다.

옷깃을 잡는 것, 침을 뱉는 것, 가까이에서 삿대질하거나 비접촉으로 손발을 휘두르는 것도 폭행이 될 수 있다.


피고인은 침을 뱉은 적이 없다며 억울해했다.

사건 영상을 보니

피고인이 손님과 격한 말싸움을 하던 중

 "침 뱉어?"라고 2회 말했다.

얼굴이 가까워서 침이 튀었을 수는 있겠으나

퉤. 혹은 툭하고 뱉지는 않았다.


나는 영상을 보면서 무죄가 나오겠구나

이게 얼마 만에 받아보는 무죄냐.. 하며

무죄가 나오면 사무실 변호사님들께 커피를 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상에서의 피고인은 다소 격한 말다툼 중에

상대방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발음이 "침배터?!"에 가깝게

부분이 매우 도드라지는 음성을 내고 있긴 했다.


침을 뱉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도 있을 정도의 강한 발음이었다.

그렇다고 이것을 침을 뱉은 것으로 볼 수는 없었다.


나는 무죄를 선고해 달라는 최후변론을 했고,

그다음에 피고인이 최후진술을 하기 위해 일어났다.


그런데 피고인이 짝다리 자세로 서서 판사님을 노려보더니

그렇게 저를 범죄자로 만들고 싶으시면
그 피해자라는 사람 법정에 데려다주세요.
그냥 제가 침 두 번 뱉어 버리게.

라고 하는 것이다.


순간 흠칫한 나와

마주 보는 위치에 앉은 검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피고인의 태도에 무척 실망했다.


완전히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없었던 이유로 무죄가 나는 것이 아닌 경우,

대부분의 사건들은 무죄와 유죄의 경계에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


무죄와 유죄 사이에 놓인 담벼락 위를 걷는 피고인을 무죄 쪽으로 떨어지도록

내가 장대로 슥슥 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고인이 스스로 유죄 쪽으로 헛발질을 하려는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지는 피고인.

법정 태도가 너무 불량해서,

이것은 유죄가 나오더라도 벌금을 깎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다가 현재 어려워져서

국선변호인과 함께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무죄가 나오더라도

매사에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그가 차린 식당이 앞으로 잘 될 수가 있을까 염려되었다.




나는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타인과의 마찰로 계속 법정에 서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주로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집요하고, 타인의 잘못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

양보나 배려라는 것은 실패와 같은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소년보호처분이 있는 사람들도 있고

소년보호처분은 없지만 성인이 된 이후 정기적으로 법정에 서서 전과가 많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한 번씩 만나서 그의 범죄전력을

연도별로 쭉 살펴보면


착한 어린이가 착한 청소년이 되고, 착한 청소년이 착한 청년이 되고

착한 청년이 착한 중년이 되고, 착한 중년이 착한 노인이 되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김민식 PD는

기술과 지식은 AI로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중요한 것은 태도.

라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의 세상은
적절한 질문을 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고,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독서가 더욱더 필요하다.

는 것이다.


깊이 공감한다.


지식과 정보가 넘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는

어쩌면 태도가 전부일지도 모른다.


재판을 마치고

피고인의 태도를 생각하니

내 표정이 아그리파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어제 냄새, 오늘 냄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