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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Jun 17. 2024

나도 약 먹는데, 선생님은 용가리 통뼈이신가요.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ADHD] - 아동기에 주로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

나는 성인이 되어 ADHD로 진단받았고,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도 했다.


세계적인 천재나 성공한 기업가, 예술가 중에도 ADHD가 많다. 내 주변에 성인으로 ADHD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해서 뒤늦게 발견한 경우도 있다. ADHD와 지능, 도덕성은 관계가 없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심각한 아이들은  오은영 박사님 말씀에 의하면 ADHD가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문제 행동에는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양육자의 문제 또는 아이가 가진 기질이나 다른 정신적 육체적 요인이 그것이다.


ADHD 중에는 산만하고 멍하지만 조용한 사람들도 있다.

주의력결핍은 있지만 과잉행동장애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잘 모르고 본인만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ADHD라고 해서 모두 문제행동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ADHD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며 80%가 분명한 호전을 보인다(출처: 아산병원 의학정보). 


약물치료로 집중력을 높이고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과잉행동을 줄여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거나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되면 치료를 넘어서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수도 있다.



우리 사무실에는 '공유 피고인'이라는 개념이 있다. 변호사가 여러 명인데 모두 같은 피고인의 다른 사건을 변론하는 것이다.


같은 행위로 처벌받고도 계속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절도 피고인은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훔쳐서 처벌받고, 번 돈을 모두 합의금과 벌금으로 날리면서 살아간다.


그런 피고인들 대부분은 절도 충동을 자제할 수 없어 괴로워하면서도 정신과 치료는 받지 않는다. 도벽을 정신적인 문제로 여기지 않고 도덕성이나 의지 부족, 욕망으로 여겨서 자신을 잘 다스리면 앞으로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절도를 저지르다 보면 소시지 하나에 징역살이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동을 자제할 수 없는 피고인에게 나는 충동조절장애에 관해서 정신과 치료를 권한다.


그러면 보통 질색하고 때로는 모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정신건강의학과 출입기와 약물복용기를 들려준다. 선입견 때문이 아니라, 당신을 돕고 싶다는 것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면 그제야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절도가 ADHD의 특징이라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도벽' 진단을 받아서 치료받을 수 있고, 충동조절장애에 대해서는 ADHD에 사용하는 약물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에 가서 의사와 상의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의사가 충동조절만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다면 다른 질환에 따른 약을 처방하고 치료법을 권할 수 있다.



얼마 전 공연음란으로만 전과 10 범이신 분을 보았다.

그는 바바리맨이었던 것이다.

법정에 들어가면 나의 사건 순서를 기다리며 방청석을 훑어본다. 그러면 정장차림에 유독 깔끔하게 생긴 청년이나 남자 피고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그런 분들은 주로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병역법위반 사건 피고인인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공연음란인 경우가 많다.


충동 조절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성도착증 등의 질환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공연음란 사건은 증거도 음란하다.

(CCTV 해상도가 이렇게 높다니...)

CCTV 영상에 있는 증거란 그가 바지를 내리거나 손이 소중이에 가 있는 것이니까. 법정에서 재생하면 피고인을 째려보는 방청객도 있다.


그러면 나는 상담 중 피고인에게 조심스럽게 정신과 치료를 권한다. 어떤 피고인은 재판받느라 직장에도 지장을 주고 벌금을 빚내서 내면서도 정신과 치료 권유를 모욕적으로 생각한다.


다시는 안 하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언제는 마음 안 먹어서 그랬나. 의지대로 안되니까 그런 것이지.

 '바지 안 내리는 나도 약 먹는데, 선생님은 용가리 통뼈이신가요.'

라는 말을 성공적으로 삼키고 예쁘게 말했다.


마음도 먹고 약도 먹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산만하고 집중력이 없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만, 충동을 자제할 수 없거나 과잉행동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것은 처음에는 도덕성과 지능과 무관하지만, 부정적인 경험을 자주 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받으면 다른 요인이 개입되어 또 다른 증상과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내과에 암환자도 있고 감기환자도 있는 것처럼, 정신과에 소위 미쳐야 가는 것이 아니다. 정신과에도 다양한 질환의 환자가 있다.


정신과는 삶의 질을 높이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안에 있는 소중한 것을 돌보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내가 정신과에 다닐 때는 나의 여직원에게 병원 치료가 있는 날과 시간을 얘기했었다. 직원은 나의 병원 진료가 있는 날 그 시간대에는 상담 약속을 잡지 않았다. 그렇게 성실하게 병원에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음 연재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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