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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Sep 20. 2024

5분 컷 묵사발, 오이냉국

또치야,

추석에 전과 기름진 음식들을 먹었으니 오늘은 깔끔하고 가벼운 음식을 만들어서 먹어보자.


나도 음식을 스스로 만드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어.

배달의 민*에는 배달 횟수에 따른 등급이 있는데, 고마운 분→귀한 분→더 귀한 분→천생연분. 이런 순으로 나가.


배달의 민*에서 최고등급은 '천생연분'인데, 나는 한때 '천생연분'으로만 지냈던 적이 있어. 이것은 리니지에서 레벨 높은 군주 같은 느낌이야. 당시에는 나 자신이 배달음식에만 의존하는 인간슈레기(줄여서 '배레기')같았어.

[과거 나의 배* 계정]

그렇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고, 언젠가부터 그 생활도 식상하더라고.

처음에는 요리도 안 하고 맛있는 것 검색해서 사 먹으니까 편하고 좋았지.

그런데 어느 날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쓴 '월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했던 사람이야.


그의 책에 이런 글귀가 있었어.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 글이 마음에 훅 들어오는 거야. 그때부터 하루의 본질에 다가가는 생활에 대해서 고민도 해보고 음식도 스스로 만들어보고, 주말농장을 하면서 채소들을 직접 키워보기도 했지.


그래도 이 글은 '발로 하는 요리'이기 때문에 시판 재료들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다.


[묵사발과 오이냉국 육수]

냉국 육수를 직접 만들려면 물 600ml 정도에 꽃소금 1 숟갈, 설탕 4 숟갈, 식초 6 숟갈을 넣어서 저어주면 돼.


그런데 더 편하고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어. 바로 냉면 육수를 이용하는 방법이야. 냉면 육수 중에도 사골 육수도 있고 다양한데 나는 '동치미 냉면 육수'를 이용해.

동네 마트에도 팔고, 마켓*리나 쿠* 등 여기저기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내가 산 위 '동치미맛 냉면육수'는 5개가 한 묶음인데 한 묶음의 가격이 4,800원이었어.


그런데 만약 온국을 먹고 싶잖아? 뜨끈한 멸치육수 국물에 도토리묵밥이나 메밀묵을 넣어서 속이 쌰악 데워지게 먹고 싶을 때는 아예 멸치육수 팩을 사도 돼.

네가 스스로 육수를 내기 번거롭거나, 멸치액젓이나 코인육수에 간을 하는 방식으로는 맛이 덜하거나 자신이 없을 때 쓰면 돼. 이것도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거야.

이 멸치 육수 끓여서 멸치국수, 잔치국수 육수로 써도 되고 쓰임새가 많아. 좀 더 진한 국물맛을 원하면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는 제품도 있어.

자, 이제 묵사발과 오이냉국을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게.


[묵사발]

1. 요리하기 전 동치미 냉면육수를 냉동실에 보관한다. 살얼음이 얼 정도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냉장보다는 시원하게 하면 됨.


2. 도토리묵을 썰어서 냉면 육수에 넣는다.


3. 고명은 집에 김치가 있으면 한 주먹 안에 쏙 들어가는 정도 되는 양을 물기 쪽 짜서 총총 썰어주고 올려준다.

★ 그냥 올려도 되고 김치에 참기름 한 티스푼, 설탕 한 티스푼 넣어서 조물조물 한 다음 올려주면 훨씬 맛있음. 참기름 넣으면 육수에 기름 동동 뜬다고 그냥 김치만 넣는 사람도 있으나 확실히 김치에 참기름 넉넉히 넣으면 맛있어짐.


4. 집에 오이 있으면 채 썰어서 넣어도 되고, 조미김 있으면 손으로 뽀샤서 넣든가 비닐팩에 넣어서 뿌셔뿌셔 해서 고명으로 올려주면 맛있어. 깻가루랑 계란 지단은 여력 있으면 넣고, 생략해도 무방.


[오이냉국]

1. 냉면 육수 붓는다.

2. 채 썬 오이 넣는다.

3. 깻가루나 고추 있으면 썰어 넣고, 없으면 생략해도 무방. 끝.


얼음을 띄워도 되고, 육수 자체를 살얼음 얼게 냉동실에 미리 넣어놔도 되고, 그냥 오이 채 써는 동안 냉동실에 시원하게 보관해도 되고.


☞ 미역 오이냉국을 하려면 불린 미역 씻어서, 국간장과 마늘, 고춧가루 조금 넣고 조물조물해서 넣으면 됨.


저 냉면육수를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로는 '초계국수'도 있어. 육수에 연겨자 조금 넣고, 국수 위에 시판 닭가슴살 찢어서 올려주면 돼.

자! 이제 할 수 있겠지?

너는 좋겠다. 

함께 달려주는 나처럼 좋은 언니가 있어서.

다시 태어나면 너로 태어나고 싶다.

생색 생색 생색 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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