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 1. 배심원 선정절차

(잘 선정하기 보다는 잘 피하기)

by 몬스테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국가대표 유도선수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국선전담 변호사들은 국민참여재판을 종종 한다. 나도 국선 변호인으로 국민참여재판 변론을 8번 해 보았다.

국민참여재판이란, 배심원이 된 국민이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토의하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하여 판결을 선고하는 재판이다.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 필요한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하여 법원 관내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시민들 중에서 배심원 후보자를 무작위로 뽑아 선정기일 3~4주 전에 선정기일 통지서를 보낸다.



법원에서 선정기일 통지서에 ‘00 지방법원 형사합의과’ 이런 식으로만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우편물을 받는 당사자들은 봉투를 뜯기 전까지 잠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배심원 후보자는 선정기일 통지서와 함께 송달된 질문표에 사실대로 답하여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질문표는 공정한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변호인과 검사는 국민참여재판 전에 질문표에 대한 답변 내용을 받아서, 재판 당일 각자에게 유리한 배심원을 선정하고 불리한 배심원을 배제하기 위해 검토한다.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배심원이 될 수 있고, 특별한 자격은 필요하지 않지만, 배심원은 공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일정한 범죄 전력이 있으면 배심원이 될 수 없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간호, 육아, 출장 등 재판에 참여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법원에 배심원 직무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배심원 후보자가 법정에서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추어 가야 되기 때문에 오후 4시 이후에는 평의에 참여할 수 없다' , '과민성 대장이라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사유로 직무 면제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에는 우연히 직장동료인 2명이 나란히 배심원 후보자로 앉아 있었다. 둘 모두 배심원이 되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끌려갈까 봐 '둘 중 누가 상사인지'를 질문한 적도 있었다(결국 둘 다 배심원이 되지는 못함).

가장 중요한 부분. 배심원에게는 재판 하루당 12만 원의 일당이 지급되고, 선정기일에 출석한 배심원 후보자는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아도 6만 원의 일당을 지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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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은 원칙적으로 당일에 재판과 선고까지 마친다. 나는 이틀 연속으로 이어지는 국민참여재판을 한 번 해 보았고 나머지는 모두 하루에 마쳤다.


배심원 후보자가 제출한 질문표에 기재된 개인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법정에서는 배심원 성명을 부르지 않고 법원이 부여한 번호로만 부른다(법정에서 법원 직원이 상자에 손을 넣어 번호가 적힌 공을 뽑는다). 배심원을 7인으로 한다면, 예비배심원과 함께 8인을 뽑는다. 누가 배심원으로 참여하였는지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공개되지 않는다.


판사, 검사, 변호인은 배심원 후보자에게 사건을 공정하게 평결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한다. 나는 주로 무죄추정 원칙에 대한 교육을 겸한 질문을 하는데 쉽게 질문하는 편이다.


“오늘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올 가능성이 50%, 안 올 가능성이 50%라고 하면, 친구는 우리 집에 오는 겁니까 안 오는 겁니까.”

“글쎄요.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고.. 모르겠는데요.”

“네, 50%면 모르는 거죠. 유무죄 심증이 각 50%가 된다면 그건 모르는 겁니다. 모르는데 사람을 처벌하면 안 되겠지요.”

사건의 특성상 엄벌 의견을 낼 것 같거나 편견을 가지고 왜곡된 판단을 할 것 같은 배심원을 배제하기 위한 질문도 한다.

검사와 변호인은 일정한 수의 배심원 후보자에 대해 이유를 밝히지 않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에 배심원 후보자가 답하는 것을 듣고 포스트잇에 기피하고 싶은 후보의 번호를 적어 재판장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기피된 숫자만큼 또 무작위 추첨(번호표 적혀 있는 공 뽑기)을 해서 일정 수의 배심원 후보단을 또 만든다. 검사와 변호인이 거듭 배심원을 기피하여 더 이상 기피할 수 있는 배심원이 없는 경우 배심원은 확정된다.

배심원 숫자보다 한 명을 더 뽑는데, 이 사람은 예비배심원이다. 예비배심원이 누구인지는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예비배심원은 혹시 배심원 중 한 명이 건강이나 다른 사정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배심원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뽑는 것이다.

미리 공개하면 예비배심원은 무의욕하거나 멍 때릴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공개하지 않는 것인데, 잘 판단해 보겠다고 재판에 열심히 참여했다가 나중에 예비배심원이라는 것을 알고 허탈해하는 경우도 있다.



20대 여성의 경우 엄하기가 거의 판관 포청천 수준이다.

판관 포청천이라고, 중국 공무원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에 나오는 포청천의 명대사는 ‘*작두를 대령하라’였다.


배심원 선정절차를 마치면 공판절차를 시작하게 된다.

배심원들은 검사의 뒤에 앉기 때문에 변호인과 피고인을 마주 보게 된다. 배심원들은 재판 내내 피고인의 표정과 태도를 살필수 있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시민의 상식으로 판단한다면 좀 더 선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사건에서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판단이 애매한 추행 정도가 아니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가 일반적으로는 쉽지 않다.


내가 성범죄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사건은 합의가 되어 피해자와 그 가족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20대 초반의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남성이었다. 그 사건은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은 아니었고 피고인이 이제 성인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신상정보공개를 막아보고자 피고인이 신청했던 것이었다.


결과는..

성범죄는 이러나저러나 엄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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