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하게 웃는 그 아이가 책을 건넨다.
자신이 직접 쓴 책이라며 한번 읽어봐 달라고.
수줍은 미소와 함께.
책의 제목이 심상치 않다.
흑과 백, 그 사이의 나.
몇 개의 글을 읽었다. 마음속의 생각이 지나쳐갈까봐 서둘러 펜을 집었다.
<감수성과 섬세의 세포를 한 알 한 알 깨어나게 하는 아주 작은, 미세한 감동에서 시작된 커다란 울림>
이라는 허세스런 서평을 써놓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인지 모를 찰나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러다 왈칵 쏟아졌다.
글에서 그 사람의 향기와 고뇌와 인생과 수줍음, 그러나 그 만의 색을 선연히 느낄 수 있어서.
그리고 그런 사람을 내 시선의 프레임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워져서.
나이와 상념의 크기는 절대 비례하지 않구나.
그 깊이에 놀라고, 그가 전해준 파장에 마음에 전율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