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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Nov 08. 2021

주저함 vs 신중함

나를 사랑할 시간- 나에 대한 정의

주저함과 신중함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방황한다.

이런 성향이 생득적인지 학습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일이 생기면 머릿속으로 수십 번, 수백 번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글을 쓸 때를 생각해보면 한 글자, 한 단어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앞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최근 즉석카메라를 하나 샀다. 예쁘고 멋진 장면을 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즉석카메라를 손에 쥔 지 석 달이 넘었다. 

카메라의 존재를 잊어버렸다거나, 시답잖게 생각해서 구석에 처박아 둔 것은 결코 아니다.

언제고 좋은 피사체를 보면 찍겠노라며 야심차게 가방 속 한 자리를 떡하니 내주었건만 석 달이 넘도록 한 장을 찍지 못했다. 

단 한 장도.

한 번의 셔터로 사진 한 장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거대한 크기로 내 발목을 잡는다.

그 아이가 이야기했다. 

‘당신은 그 정도 살 돈이 있지 않느냐, 그러니 걱정 말고 실컷 찍고 망치면 또 사서 찍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맞는 말이었다. 

즉석 카메라 하나 사는 거 커피 한 두잔, 하루 출퇴근의 교통비, 슈퍼에서 사는 과자 몇 봉지도 채 되지 않는 그 가격.

그게 뭐라고 이렇게 주저했던 거지?

그 말을 들은 그 순간, 마음에 가벼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들어왔고, 신선한 충격에 머리가 살짝 멍해졌다. 

이내 용기가 솟아났다.

이때다 싶어 서둘러 가방을 열고 카메라를 집어 들었는데... 

웬걸, 나의 강력한 주저함이 그 용기를 이겨버렸다.

기껏 생겨난 나의 작은 용기는 다시 저 깊은 밑바닥으로 숨어버렸다. 에이 못났다.

나에게 두려운 건 한 발짝을 떼는 것. 

나를 지긋이 들여다본다.

나의 주저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신중함이라는 포장지 밑에 감춰진 자신감의 부재인가?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그러는 것일까? 판단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일까? 

새로운 도전을 향해 한 발짝을 떼기 위해서는 온몸의 힘과 용기, 에너지, 확신을 끌어모아야만 가능하다는 것. 

그렇기에 역으로 한 발짝을 뗐다는 건 머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내가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은 이제 되었다는 스스로의 만족감의 표현일 것이다. 머릿속으로 오래 묵히며 쌓았다 무너뜨렸다를 수없이 반복했기에...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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