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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Nov 08. 2021

LOVE myself

나를 사랑할 시간 - 나에 대한 정의

이타주의라고 했다. 남에 대한 배려가 강하다고 했다. 남의 감정을 잘 읽고 위로를 잘하며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고 했다. 나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이었다.

그렇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는다.

미세한 표정의 변화에도, 말투에도 어떤 일이 있던 건지 어떤 감정의 변화가 있는지 어렵지 않게 눈치챈다.

또한 그것을 대화로 이끌어내어 어렵고 곤란한 일에는 위로와 지혜를 나누고, 기쁘고 축하할 일에는 축하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이다.

참 좋은 장점이다.     

그러나 어떤 누군가는 이런 나의 성향을 꿰뚫어 자신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고자 할 때, 자신을 치하하며 떠받쳐 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계산하지 않고 바로 달려들어 함께 해줄 감정의 장벽이 낮은 나 같은 사람을 취하려 든다. 

때때로 그들은 철저히 계산하며, 혹은 본능적으로 장벽이 낮은 사람을 찾는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모르고 살았다. 단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슬픈 일을 함께 나누어 짊어지고, 기쁜 일을 함께 축하하는 것이 즐거웠다.

단순히 그랬다. 그리고 주위 사람이 괴로워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칠 성격도 되지 못하니까.

그렇게 살던 어느 날 알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나의 에너지’가 필요했으며, 그들의 행동이 나의 것을 흡수해 자신의 것을 채우기 위한 이기적인 욕망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러고 나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그렇게나 위하고 아껴주던 나는, 정작 나를 돌보며 아끼며 살았는가.

나는 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다른 사람에게 의미 없는 에너지를 쏟지 않기로 마음먹은 어느 날.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동안 수많은 에너지를 다른 사람을 향해서만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정작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나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탐색을 시작했다.

어떨 때 행복한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편안한지,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것을 망설이는지, 어떤 상황에서 긴장이 되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남을 바라보며, 남의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것을 그만하기로 했다. 남의 생각에 투영되어 내가 아닌 남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그만하기로 했다.

당장 변할 수도, 그만둘 수도 없겠지만 그러려고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남들의 기준에 맞추어 사느라 내가 하고 싶었으나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도전하기로 했다.

지금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 중이다. 조금씩, 천천히.

남들 눈에는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내면은 거대한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자식과 남편, 부모님, 직장, 어느 것보다도 나를 더 우선 순위에 두기로 했다.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조금은 이기적이기로 했다.

처음에 막막했던 나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용기를 내기 시작하니, 점점 더 용기가 커지고 있다.

나는 나를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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