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9년 5월, 어느 봄날의 오전.
무인카페 '윤슬'은 오늘도 조용히 깨어난다.
윤아리는 그 조용함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이곳은 이제 그녀의 두 번째 교실이다.
다만, 학생도 없고, 종도 울리지 않는다.
대신 커피머신이 따뜻한 숨을 내쉬고, 식물들이 햇살을 마신다.
"오늘도 잘 부탁해, 얘들아."
아리는 커피를 내리며 창가의 식물들에게 말을 건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친구—초록빛 스킨답서스에게.
그 식물은 언제부터 키우게 되었을까?
10여 년 전쯤부터였을까?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진아.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식물 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아리는 천천히 노트북을 열고, 커서를 깜박이는 화면 위에 글을 쓰려는 순간이었다.
문이 열렸다.
무인카페지만, 아리는 종종 들르는 단골 몇 명과 서로 비밀번호를 나누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윤아리 선생님… 맞나요?"
그 목소리.
세월이 흘러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서랍 속 오래된 편지처럼 잊혔다 생각했는데, 그 음성은 여전히 따뜻했다.
“진아…?”
진아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카페, 정말 멋지네요. 내가 줬던 스킨답서스… 아직도 있네?”
아리는 화분을 슬쩍 바라봤다.
“얘, 한 번도 안 아프고 잘 컸어. 덕분에.”
진아는 커피 한 잔을 내려서 마주 앉았다.
그들은 조용히 봄 햇살을 마셨다.
말이 없어도, 그 시간은 문장 같았다.
진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도, 그날을 기억해. 네가 아이들한테 말했던 거.
‘삶은 글쓰기야. 한 문장씩, 조심히 쓰면 언젠가는 이야기 하나가 완성되니까’라고.”
“… 기억이 나?”
“그 문장 덕분에, 나 지금 작은 출판사에서 일해. 그날 이후, 삶을 조금씩 쓰고 있었거든.”
아리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스킨답서스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 말에 동의하듯이.
그날, 두 여인은 같은 문장을 썼다.
“늦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이 봄이 딱 좋았다.”
이제, 윤슬엔 커피 향과 함께 두 명의 조용한 작가가 있다.
한 명은 글을 쓰고, 한 명은 책을 만든다.
그리고 스킨답서스는… 그들의 세 번째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