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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화X역사

붓글씨로 담은 불꽃

전태일 분신 항거 50주기 붓글씨 전

by 월간옥이네
김성장 전시 포스터.jpg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스물세 살 청년노동자 전태일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불길에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도 청년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뜨거운 외침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다.


노동환경 개선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수많은 이의 가슴에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으로 남은 전태일. 그가 불길 속에서 이 세상을 향해 ‘인간 선언’을 외친지 어느새 반세기가 흘러, 올해로 항거 50주기를 맞았다. 곳곳에서 그를 기억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고장에서 시인, 서예가로 활동하는 김성장 씨와 그의 제자들이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신영복민체’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김성장 씨와 26명의 붓글씨 제자가 모여 준비한 <오늘 우리가 전태일입니다>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전태일이 되어

“소년 전태일, 청년 전태일을 마음속에서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죽은 지 50년이 지났지만, 그 숨결은 여전히 나의 귓가에 살아있다고 느꼈다.”


김성장 시인의 제자이자 이번 <오늘 우리가 전태일입니다> 전시에 참여하는 강민숙 씨는 “전태일의 수기와 편지, 일기 등을 모은 수필집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를 읽는 것에서부터 이 전시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전시 참여자 모두 전태일의 생애가 담긴 이 수필집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골라 그의 목소리를 직접 ‘붓’으로 담아냈다. 준비 중에는 전태일 열사 분신 현장과 청계천의 ‘전태일 다리’라 불리는 곳도 직접 찾았다. 작은 엽서에 전태일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를 써보기도 했다.


전시 참여자들이 모여 함께 현장학습을 떠나던 날. “오늘 우리 모두 전태일의 기분이 되어봅시다”라는 김성장 시인의 말에서 <오늘 우리가 전태일입니다>라는 제목도 비롯됐다.


강민숙 회원님 작품.jpg 강민숙 作


붓으로 담아낸 전태일의 목소리

참여자들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마다의 마음속에 숨 쉬고 있는 전태일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전태일의 문장을 ‘붓’으로 적어보는 과정을 통해 그의 목소리가 온몸에, 세상에 스미는 것 역시 느꼈다.


강민숙 씨는 “시대의 아픔이 반영된 ‘신영복민체’를 배우며 신영복 선생의 목소리를 돌아보고 사회문제를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전태일 열사가 항거한지 50년이 지난 지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묻게 되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수많은 전태일이 살아간다”고 말하는 그는 “전태일 열사는 50년 전 이미 돌아가신 분이지만, 우리가 그를 기억할 때 다시금 이곳에서 소년 전태일, 청년 전태일을 만날 수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시대 속에 여전히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개최 소감을 밝혔다.


김성장 시인을 “자신의 붓글씨 어머니”라 부르기도 한다는 전시 참여자들은 모두를 형제, 자매라 생각하며 의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장 시인을 통해 ‘신영복민체’를 함께 배우고 연구하는 이들은 “신영복 선생의 ‘광장에서’의 삶과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다. 붓글씨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일을 배우며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가장 낮은 바닥’의 자리에서 ‘가장 뜨거운 별’이 된 전태일의 목소리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오늘 우리가 전태일 입니다>는 9월 15일부터 27일까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서울 종로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성장 시인이 운영하는 세종손글씨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후원한다.



글 서효원

월간옥이네 2020년 8월호(VOL.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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