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뷰

우리 이제 만난 지 1년 :D

창간 1주년 독자 인터뷰, <월간 옥이네> 첫 번째 독자 원동업 씨

by 월간옥이네
<월간 옥이네>는 농촌, 사람, 이야기를 기록하고 풀어낸다. 뒤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유진, 김예림, 서지희 기자 그리고 장재원 편집장.

작년 6월 10일, 월간 옥이네가 한창 창간호 준비에 매진하던 즈음. 원동업 씨(51,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를 만났다. 둠벙에서 진행하는 이선일 화가 전시회 <반란의 고향>을 보러 온 그는 현장에서 <월간 옥이네> 창간 준비 소식을 듣고, 즉석 인터뷰를 청했다. 그의 기사는 곧 오마이뉴스에 게재됐고, 당시 우리를 알릴 공간이 부족했던 <월간 옥이네>는 그 덕에 많은 이들에게 ‘기사 잘 보았다’는 이야길 들을 수 있었다.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지금 저도 마을에서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성수동 쓰다’라는 제호를 가지고, 이제 4호째 내고 있어요. 이 잡지를 만드는 데 <월간 옥이네>를 보며 많이 참고할 수 있었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잡지의 마음을 잘 담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주부로 생활해요.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고요. 서로가 역할 분담을 합의해서, 제가 살림을 전담하고 있어요. 살림하면서 그간 ‘성수동 쓰다’ 비롯해서 이런저런 매체를 만드는 일을 이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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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살림하면서 매체를 만드는 삶! 살림하는 것, 매체를 만드는 것 둘 다 적성엔 잘 맞으신가요?

네, 적성에 잘 맞아요. 오히려 집안일이 남자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전등 고치는 것, 막힌 하수구 뚫는 것 등등. 그리고 집안일은 돈을 벌어오는 일은 아니지만, 자기 나름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어떤 경쟁에 치이는 일이 아니라, 모든 일을 자기가 기획해서 처리하고, 그러니까 어떤 개선의 여지가 매순간 있는 거. 그런 게 집안일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뭘 쓰고 만들어내는 일도 어렸을 때부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어렸을 때 만화잡지 한 권을 필사하겠다고 했던 것-광고페이지까지 모두-. 이후 고등학생 때 문예반 활동하고, 대학생 때 학보사 들어가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도 하게 됐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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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싶은 잡지의 마음은 어떤 거였나요?

지역잡지를 만드는 마음. 그게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면, 한 분 한 분 지역에 사는 분들을 있는 그대로 발견하는 마음. 식당을 소개할 때도, 광고보다는 그 사람이 식당을 꾸리는 진심이라 그럴까. 그런 걸 들어주는 거잖아요. 그렇게 진심을 들어주는 마음이 소복했던 것 같아요, 월간 옥이네에.


-감사합니다.. 꼭 물어보고 싶은 게 또 하나 있었어요. 옥이네를 1년 동안 구독하셨는데. 정말 매달 읽었나요?

당연하죠. 빠지지 않고 읽었어요.


-옥이네를 처음 구독하게 된 동력이나 이유는 어떤 거였을까요?

후원이 아닌 연대. 연대하고 싶은 거죠. 살면서 여러 잡지를 접하는데, 어떤 잡지냐에 따라 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긴 해요. 그니까 ‘내셔널지오그래피’는 100년간 만들어온, 최첨단과 최극지를 보여주는 책이잖아요. 그런 잡지를 동경하는가 하면, 지리산 산내면에서 만들어온 그리고 최근에 완간된 ‘지글스’라는 잡지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대해서 자신들만의 형식을 가지고 글을 써 보이잖아요. 그런 잡지에는 응원하는 마음이 생겨요. 월간 옥이네는 만드신다고 했을 때, 그게 설레지만 동시에 힘든 일인 걸 아니까. 연대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지금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지속하고 계시나요?

계속 하고 있어요. 제 생활을 다 글로 풀어내는 것 같아요. 육아, 살림하는 삶 등등.


-앞으로 기사로 쓰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너무 많아요. 나무와 자연. 그것을 가꾸는 사람들 이야기. 저를 비롯한 살림, 육아하는 사람들 이야기. 문화예술인 이야기. 무한동력-에너지 문제의 대안으로 불리는 것, 외부에서 힘이 한번 가해지면 그것을 계속 생산해내는 것-이야기.

이런 것들을 취재도 해야 하고, 무한동력은 실험도 관찰도 해야 되고. 그런데 그런 새에 또 다른 생활들과 다른 일이 벌어지잖아요. 예를 들어 주변에서 누가 모를 심고 있어요. 그럼 그런 일을 취재하고. 그렇게 무수한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다 보니, 쓰고 싶은 것들이 쌓여가고 있어요.


-매체를 접하는 수용자이면서도 생산자로 참여하고 계시는데. 매체에 글을 싣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하게 쓰는 것. 저는 옥이네를 포함해서 전라도닷컴, 지글스 등을 좋아해요. 나도 느끼지만 다른 사람도 조금씩 느끼고 있는 세상의 비밀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잡지를 통해서 함께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잡지는 삶을 계속 써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기적으로 낸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 할 얘기가 전달되고 나눠지는 것. 그 안에 쓰는 이로써 나만의 색깔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정말 자기가 보고 느끼고 있는 것을 담아야 해요.

사실, 잡지가 나왔다가 잊히고 버려지는 것들도 많을 텐데. 지역 월간지는 지역이란 공간, 한 달이란 시간에 어찌 보면 갇혀 있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그 안에서 확장되는 가치들이 있어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오랜 시간 살아 있어요.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에서 냈던 ‘한국의 발견’이나 ‘전라도 닷컴’ 같은 잡지들은 꼭 소장을 하고 싶어요. ‘지글스’도, 한국의 발견도 전권을 소장 중이고요.


-옥이네도 계속 소장하고 싶으신가요?

그럼요. 계속 소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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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옥천에 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옥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소구되는 이유. 앞서서 얘기를 해주신 것 같아요.

잡지도 그렇고, 책을 읽는 건 ‘다른 삶’을 들여다보는 일인 것 같아요. 도시와는 다른 삶, 농사를 짓는 삶. 우리가 그간 쉽게 사왔던 것, 누군가는 그것을 키우고 팔고 그런 흐름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다른 세계를 끊임없이 구체적으로 채워주는 거죠.

그리고 옥이네는 내가 작년에 기자들을 직접 만났고, 옥천장도 구경하고, 배바우에서 잠도 자고. 그때 알고 접했던 곳들에서도 또 다른 세계를 보는 것이기도 하고. 내가 친근하게 아는 곳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니까요.


-어, 친근하게 아는 곳..? 그때 한번 와보신 것 아닌가요?

네.ㅎㅎ 아 그리고 제가 충북 충주가 고향이에요. 게다가 제가 읽고 쓰고 만드는 일을 하니까, 연대의 마음 그리고 응원과 동경의 마음이 응축되어 있는 부분도 크지요.


-옥이네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으셨어요?

할머니들 이야기. 잊혀져가는 장 이야기. 대청댐 수몰 마을에 사는 분들 이야기. 그리고 수어 콘텐츠. 그리고 지역 언어 이야기. 그런 것들 하나씩 바라보다 보면, 지역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는 마음을 오롯이 하나씩 살려서 표현해내고자 하는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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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심혈을 기울이시는지 그런 걸 잘 아시는 것 같기도 해요. 감사해요.

그럼요. 지역 잡지는 지역에 대한 눈을 생기게 해주는 것 같아요. 경이로움이라고 할까. <뿌리깊은나무>같은, 오래된 잡지를 보면, 내가 태어난 해에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는 것도 알게 해요. 그 시대를 충실하게 담았으면서도 그 시대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잡지. 그런 잡지를 좋아해요.


-잡지를 만드는 이유도 그런 맥락과 맞닿아 있을까요?

내가 잡지를 읽으면서 ‘다른 삶’을 이해해왔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런 이해의 과정을 얻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그 생각 이전에, 저 스스로 취재 대상에 대해 오롯하게 이해하는 과정을 겪게 되고요. 그게 또 쓰면서 새롭게 정리가 되고. 이런 과정이 사실 저 혼자서 만든 게 아니고, 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움직임이니까. 그 안에 내가 속해있다는 느낌, 연대한다는 느낌. 그런 것들이 좋아요.


-매체 중에서도 종이매체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잖아요. 곧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감 섞인 목소리도 있고. 독자님의 관점은 어떠세요?

<장미의 이름>을 쓴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책 한권하고 디지털기기랑 들고 2층으로 올라가서, 그걸 바닥에 던졌어요. 디지털기기는 깨져버리고 책은 조금만 구겨졌을 뿐이죠. “책이 더 오래 살아남을 거”라고, 그러셨죠. 저도 공감해요.

어떤, 형식적으로 친근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종이는 나무가 죽어서 부활한 것이고, 그것에 내용을 새긴 거잖아요. 그 종이를 우리가 펼쳐보고 만지고, 이런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종이매체 중에서도 월간지는 축복받은 형식이라고 생각해요. 일간지에 비해 기획-취재-기사작성-교정 이런 주기 안에서 숙성될 수 있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 한 달의 숙성 주기가 주는 적당한 긴장도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하게 나온다는 것. 어쩔 때는 집중해서 무언가 보여주기도 하고, 어쩔 때는 파노라마처럼 펼쳐내기도 하고.


-<월간옥이네>가 1년 동안 발간되면서 이런저런 변화들이 있었어요. 발행처 변경도 그 중 하나였고요. 옥이네 발행처는 지금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로 돼 있고, 고래실에서는 옥이네를 비롯해서 다양한 지역문화를 일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월간 옥이네 그리고 고래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매체는 삶을 연결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과정에서 적절한 방식과 바른 방향으로 연결을 하고 정보를 모이게 해야겠지요. 그 모인 무형의 것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래실도 그런 곳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일들을 계속해서 기꺼운 마음과 적극적인 생각으로 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지역이 사는 법, 마을이 사는 법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 되어서 다른 마을들에게까지 확장이 되면 좋을 것 같고요.

어떤 사업을 확장한다는 건, 그 안에 지역의 철학이 스미는 거잖아요. 무언가 엮어내고 조합하는 개개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호기심 열정 연대 풍요 이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린 지금 외부적 혹은 물질적인 환경은 풍요롭지만 내면적으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과연 풍요로움으로 채워져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거든요. 최종적으로는 고래실이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그런 풍요를 심어주는…. 사람의 마음을 잘 바라보고 그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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