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잡담 2024년 12월호
Happy Winter, Newyork!
-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는 도심, 맨해튼(Manhattan) -
[ 프로듀서·사진작가 최주영 ]
벌써 연말이다. 올해는 유난히 따뜻했던 터라, 코끝 시린 공기도 하얀 눈도 아직이지만, 마음이 벌써 몽글몽글하다. 상가에서 들리기 시작하는 찰랑찰랑한 캐럴 소리가 잘 어울리는 겨울이 왔다.
크리스마스에 더 화려해지는 도시, 뉴욕. 눈을 감고 뉴욕의 연말을 상상하면 반짝반짝 타임스퀘어,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 노래, 눈 오는 빌딩 숲이 떠오른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느낌을 전체적으로 느끼는 것도 좋지만, 필자는 이번 잡담에서 ‘눈 올 때 가보기 좋은 뉴욕 성지’ 세 곳을 안내하며 추천하고자 한다.
Central Park
그 첫 번째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다. 뉴욕의 마천루 속 푸르르게 펼쳐진 도심 속 거대한 잔디밭이지만, 맨해튼의 최대 정신병원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센트럴 파크는 이제 뉴욕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 거대한 도시 속에 어떻게 이러한 큰 공원이 자리 잡았는지 신기하다.
남쪽 지점에서 북쪽 끝으로 걷는다면 편도 1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은, 눈이 오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공원 안에 있는 호수는 얼어 스케이트 장이 되고, 공원 자체는 하나의 거대한 스노우 볼이 된다. 발이 푹푹 빠져도, 아이들 썰매 타는 웃음소리에 마냥 좋기만 하다.
센트럴 파크에서는 ‘나 홀로 집에’ 영화 속에서 주인공 케빈이 비둘기 아주머니와 만났던 다리와도 인사할 수 있고, 페이퍼 북이 마음대로 펼쳐져 있는 책 가판대도 정겹게 다가온다. ‘아, 내가 뉴욕에 왔구나!’라며 맨해튼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꼭 센트럴 파크부터 여행을 시작하길 바란다.
Brooklyn Bridge
센트럴 파크가 맨해튼 중심의 아이콘이라면, 다음 소개할 곳은 남쪽 맨해튼의 중심인 ‘브루클린 대교’(Brooklyn Bridge)다. 이스트강 위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이 다리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기도 한 ‘시그니처 랜드마크’다.
이곳이 좋은 점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다리임과 동시에 도보교이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조금 추울 수도 있지만, 브루클린 대교를 지나가게 된다면 꼭 걸어서 건너보자. 얼어붙은 이스트강이 발밑에 흐르고, 오른쪽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팔을 뻗친 바다가 보이며, 뒤쪽으로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가 배웅하는 곳.
아마도 우리가 어릴 적 상상 속에서 떠올렸던 뉴욕 그 자체가 아닐까. 한 가지 팁을 전한다면, 꼭 일몰에 맞춰가기를 바란다. 빨갛게 물들어 가는 뉴욕을 느끼면서 브루클린 지역 덤보(Dumbo)에서 보는 마천루의 야경은 인간의 위대함에 경외심이 들게 한다.
The MET Cloisters
마지막은 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중세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뉴욕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클로이스터스’(The Met Cloisters)는 중세 유럽 시대 수도관의 건축 양식을 모방한 미술관으로, 뉴요커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기도 하다.
클로이스터스는 그 유명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운영하는 분관인데, 맨해튼에서도 꽤 북쪽에 있다. 뉴욕의 중심인 타임스퀘어(Time Square Manhattan)에서 지하철 A노선을 이용하면 클로이스터스까지 약 35분이 걸린다. 이동 중 우범 지역을 살짝 지나가야 하니 밝은 시간에 가길 추천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직행해서 미술관에만 들른다면 큰 위험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는 길에 ‘동산’에 가까운 언덕을 슬금슬금 오르노라면, 어느 독일 시골 성당에 고해성사하러 가는 기분도 든다. 그만큼 ‘홀리’한 건물에 내심 경건해진다. 언덕 위에 도착했다면, 클로이스터스와 뉴저지를 가르는 허드슨강의 광활함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잠깐이나마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속의 끝도 없이 펼쳐진 설경 끝을 폐 속 깊숙이 차가운 공기로 채울 수 있다.
태피스트리가 화려하게 걸쳐진 미술관 내부는 상당히 고요하다. 많은 소음과 함께하는 뉴욕 여행길 가운데, 잠시나마 평안함을 안겨준다. 도심의 빌딩숲이 주는 웅장함과는 또 다른 조용한 웅장함은 뉴욕의 또 다른 기억으로 인상 깊게 남을 것이다.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록펠러센터, 퀸스 등 가볼 곳이 즐비한 뉴욕.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감성을 떠올리며 뉴욕의 ‘연말 성지’ 격인 센트럴 파크, 브루클린 대교,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을 잊지 않고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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