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잡담 2024년 12월호
‘금빵집 아들’이 들려주는 금은방 이야기 2
- 금은방 주인은 금값 예언가가 아니다 -
[ 향남 보석사랑 대표 조성일 ]
10월부터 지금까지, 뉴스에서 금 관련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1돈(3.75g)을 기준으로 하루에 천원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던 금 시세가, 하루에도 1만 원에서 2만 원씩 오르내리기까지 했습니다. 2023년 이맘때의 금 시세가 1돈에 35만 원 내외였는데, 최근에는 50만 원을 넘겨버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약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만, 금의 최대 장점인 안정성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뉴스를 주변에서 접할 때마다 저는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듣습니다.
“ 금 시세 올라가서 금은방은 좋겠네~ ”
사실일까요? 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금은방의 수익 구조는 금 투자가 아닌, 금 관련 제품을 매입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하게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금은방에서 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그 금의 가치가 오르면 이득이 되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재고로 가지고 있던 제품이 팔리면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제품을 들여와야 하는데, 새로 들여올 때는 이미 올라간 금값을 기준으로 사야만 합니다. 점포 정리 중인 금은방이 아니라면 결국에는 시세 차익이 곧바로 현금으로 다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지요. 특히, 순금 거래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금이 오른다고 금은방이 무조건 이득을 보는 구조는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금이 비싸지면 그만큼 금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줄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장사가 안되는 느낌까지 듭니다. 거래가 이루어져야 이득이 생기는데, 거래가 적으니 이득 또한 적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더 정확하게 정리하면, ‘금 시세가 올라가면 금은방이 좋아한다’가 아니라 ‘금 시세가 올라가면 금을 보유한 사람들이 좋아한다’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에는 ‘실현 차익’의 문제라는 결론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1억짜리 집이 2억이 된 순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2억에 팔고 새로운 집을 1억에 사야 진정한 이득이듯이 말이지요. 금 시세가 올랐을 때 금은방을 접고 다른 사업을 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이득이 맞긴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금은방은 금이 오를 때마다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금 가격 변동성이 커서 사람들이 자주 사고팔아야 이득’이라는 점입니다. 금이나 은의 매입 가격과 매도 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됩니다. 한편, 금값은 내려갈 수도 있기에 등락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금은방이어도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45만 원으로 매입했던 금을 종로에 가서 44만 원에 판매한 적이 최근에 실제로 있었습니다.
금은 왜 비쌀까요?
고대부터 금은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화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금이 화폐로 쓰인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한 가지는, 부식과 오염에 강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금속’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희소성이 있는 아름다운 귀금속이라는 점입니다.
거대한 금 광석을 보면 금이 어마어마하게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얻을 수 있는 금은 매우 적습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금 광석 1톤에서 얻을 수 있는 금은 22g 정도였고, 그나마도 매우 줄어들어서 2002년 이후 2g 수준을 거쳐 현재는 1g 미만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채광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금의 희소성이 이러한 추세를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금을 더 이상 캐낼 수 없는 날이 올 수지도 모릅니다.
2024년 금 가격 상승 요인*
그렇다면 금 가격의 상승 요인은 무엇일까요? 최근 금 가격이 역대급의 고점을 찍었던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2. 세계적인 금리 인하
3.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 매수
4.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이 중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은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취임 후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내겠다”라는 발언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금 가격이 11월 5일에서 11월 6일을 기점으로 떨어졌습니다.
* 위 문단 내용은 현장에서 느낀 필자의 생각이므로, 객관적 사실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금 투자 방법은 무엇일까?
저는 예언가가 아니니 금 시세의 등락을 미리 알려드릴 수 없지만, ‘금빵집 아들’로서 효율적인 금 투자 방법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금 투자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금 현물 구매’, ‘KRX 금시장 거래’, ‘금 ETF 투자’가 이에 해당합니다.
먼저, ‘금 현물 구매’는 금은방이나 은행, 한국 금거래소 등지에서 실물 금을 사들이는 방법입니다. 금을 실물로 소유한다는 점에서 사람들 사이에 가장 선호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살 때와 팔 때 사이의 차액이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단타’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주식 거래를 자주 할수록 거래 수수료를 많이 지불한다는 점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다만, 정말 여윳돈이 있고 안전한 금고가 집에 있어서 금고에 금을 ‘몇 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과거에 저렴한 가격으로 금을 매입한 분이라면, 이번 금 폭등 시기를 잘 잡아서 매도할 경우 큰돈을 벌기 좋을 것입니다. 현물로 거래하기 때문에, 시세 차익에 따른 세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은 덤입니다.
‘금 ETF 투자’는 금 현물 투자가 아닌 ‘금과 연계된 투자’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는 ‘금 현물가격을 따르는 ETF’나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금 선물가격 추종 ETF’와 금 관련 레버리지 상품 등이 있어서 큰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금 시세보다는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 이에 대한 리스크도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 소득세와 양도 소득세 등을 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당연하지만, ‘금’이 아니라 금에 연동하는 ‘주식’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현물로 받아올 수도 없겠지요.
제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KRX 금시장’을 통하는 것입니다. 시세에 따라 금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래수수료가 매우 낮으니 실물 금을 자주 사고파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요. 필요하다면 실물로도 금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다만, 금을 실물로 가져올 때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지금 사면 금이 오를까요?
금은방에 오셔서 이 질문을 하시는 손님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항상 이것이었습니다.
“ 알면 저도 금은방 안 하고 금 투자만 하겠죠… ”
오랜만에 금값이 화제가 되었던 만큼, 이번 잡담에서는 탄생석 이야기 대신에 최근 이슈를 다루고자 ‘금 가격’에 대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2024년 한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서도 독자 여러분 모두가 건강하게 올해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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