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잡담 2024년 11월호
‘금빵집 아들’이 들려주는 보석 이야기 5
- 10월의 탄생석, ‘오팔’ -
[ 향남 보석사랑 대표 조성일 ]
오팔은 다른 보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오팔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특별한 색을 지니고 있지요. 마치 돌 속에서 분수가 솟아오르는 듯한 찬란한 빛깔은 다른 보석에서 찾아보기 정말 어렵습니다. 오팔 특유의 그 빛깔은 도대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오팔을 돌려라!
원리를 알려드리기에 앞서, 혹시 오팔을 이리저리 돌려보신 적이 있나요. 오팔은 그 돌을 돌리면서 각도를 다르게 하면 그에 따라 색상이 묘하게 바뀌는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오팔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오팔의 느낌을 더욱 찬란하게 만드는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오팔의 이런 특별한 효과는 ‘유색 효과’(Play of Color)라고 불립니다. 오팔을 구성하는 비정질 규산의 구형 입자와 입자 간의 공간으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즉, 갖가지 찬란한 색상의 돌들이 막 겹쳐 있는 것이 아니라, 빛의 간섭과 회절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슬라임과 무지개로 이해하는 유색 효과
유색 효과는 쉽게 말해, 돌에서 보이는 무지개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날이 맑을수록 무지개가 선명해지듯이, 오팔도 밝은 곳에서 그 반짝임이 더 깊어집니다. 오팔 안에 있는 불규칙한 공간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정말 ‘무지개 빛’을 볼 수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그 무지개 색상이 나타나는 오팔을 특별히 ‘레인보우 오팔’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오팔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에 유색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오팔이 유색 효과를 띠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어린이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슬라임(속칭 액체 괴물)에 약간의 반짝이를 넣어서 주무르면 반짝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과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나뉜다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인공 오팔 이야기
유색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오팔은 ‘커먼 오팔’(Common Opal)이라 부릅니다. 유색 효과가 오팔의 특징이라 흔하게 나타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유색 효과가 없는 오팔의 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오팔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인공 루비나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보다도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색유리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 만드는 모조 오팔을 사용하게 됩니다.
오팔의 유색 효과는 기본적으로 돌을 돌려가면서 반짝이는 느낌을 보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의 기본 바탕이 되는 색상에 따라 그 빛의 느낌이 사뭇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돌의 기본 색깔에 따라 ‘화이트 오팔’, ‘블랙 오팔’, ‘워터 오팔’, ‘파이어 오팔’, ‘핀파이어 오팔’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블랙 오팔이 유색 효과와 다양하게 대비됨으로써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는 편입니다.
오팔 관리 방법
오팔은 꼼꼼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보석입니다. 돌 안에 상당한 양의 수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관할 때 올리브유를 발라서 건조를 방지하거나 물기가 많은 곳에 놓음으로써 수분을 보충하라고 권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에티오피아산 오팔과 같은 일부 오팔은 물에 넣으면 고유의 광채를 잃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밝은 곳에서 더 예쁘게 보인다는 이유로 밝은 빛에 계속 노출시키면 내부의 수분이 말라서 돌에 금이 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팔은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수분 보충 역시 신경 써서 해야 합니다. 직접 물에 적시는 식이 아닌, 습기가 많은 방에 잠시 두는 등의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분을 보충해야 합니다. 참고로, 수돗물은 불소와 염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팔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오팔을 장신구로 활용할 경우, 얼굴이나 피부에 화장을 모두 한 후에 착용해야만 합니다. 진주를 자주 사용해 보신 분은 쉽게 이해하시겠지만, 오팔 또한 화장품과 닿게 되면 색이 변하거나 수분이 빠지는 것과 같은 식으로 변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팔은 경도가 낮은 편이라 충격에 약하니, 착용 중에도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오팔 이모저모
이렇게 까탈스러운 오팔은 기본적으로는 ‘캐보션’이라고 하는 반원형의 둥근 모양으로 연마하게 되는데요. 순수 오팔로만 구성된 오팔은 ‘솔리드 오팔’이라고 합니다. 크기가 커다랗고 특수효과가 선명한 천연 호주산의 블랙 오팔은 수억 원까지도 호가하는 매우 비싼 보석입니다.
오팔은 파생 상품같이 다양하게 제작되기도 합니다. ‘오팔 더블릿’은 약간의 스크래치나 깨짐이 있는 오팔 뒤에 보석의 효과를 가장 극대화하게 만드는 오닉스, 플라스틱 등과 같은 검은색의 베이스 스톤을 붙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오팔의 앞쪽에도 투명한 캡을 씌우게 되면 ‘오팔 트리플릿’이 됩니다.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각 오팔의 구별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보석의 옆면을 자세히 보면 되기 때문이지요. 확연히 나뉘는 층을 통해 육안으로도 솔리드, 더블릿, 트리플릿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보석 전문가를 찾아가거나 특수 장비를 사용하는 일 없이,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번 잡담에서는 까탈스러우면서 아름답고 고급지기까지 한 10월의 탄생석, 오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다 끝나고 온도 차가 심한 환절기에 접어든 요즘, 이 글을 읽으시는 『월간잡담』 독자님들도 감기 조심하시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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