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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청년창업? 나도 청년창업! 9

월간잡담 2025년 01월호

by 월간잡담 Feb 20. 2025

너도 청년창업? 나도 청년창업! 9


[ 피노박스 대표 윤성민 ]



최악의 고객, 최고의 고객


지난 잡담의 내용이었던 CS 관리와 관련한 나만의 CS 전략들에 이어, 이번 잡담부터는 이와 관련된 최악의 고객과 최고의 고객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피노박스’와 같은 중소기업이 아닌 초창기 단계에 있는 소상공인의 경우 직원들이 채용되기 전까지는 주문, 배송, CS, AS 모두 다 혼자 처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고객의 말 한마디에 그날 모든 일을 하기 싫어지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혹은 반대로, 격려의 말씀을 듣고 더욱 힘이 나서 오히려 추가적인 업무도 착착 해내는 상황도 있다. 지난 호부터 계속 CS가 중요하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번 사례들을 접하고 나면 그냥 중요한 것을 넘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더욱 진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1. 최악의 고객 – 무시형


우리 ‘피노박스’는 접이식 카트부터 가습기, 제빙기, 미니 냉장고, 어린이 킥보드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과 전자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이 다양한 만큼 고객층도 다양하다. 최악의 고객에서 ‘무시형’의 고객이 떠오른 이유는, 그 많은 최악의 고객들 중에서 제일 인상 깊어서였지 않았나 생각한다.


온라인 셀러들은 일반적으로 빠르면 오후 1시 이전, 늦게는 오후 5시 정도면 발주를 마감한다. 위탁업체들의 경우 발송처에서 택배 차량이 방문하는 시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까지 주문 수합을 거쳐 발송 준비까지 마쳐야 한다. 택배를 수거하는 기사님이 방문하는 시각에 맞춰 마감하면 되지만, 주문이 많은 경우에는 오전에 끝내야 할 때도 있다.


‘피노박스’에서도 대량 주문을 제외하고는 택배 터미널까지 물건을 직접 가져다 놓기 때문에, 일반적인 퇴근 시각인 오후 6시가 넘었어도 내가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밤 시간대인 오후 8시가 넘어도 내가 직접 가져다 놓는다. 그만큼 고객님들이 물건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커서, 때때로 약간의 오지랖을 부리기도 하는 것이다.


‘무시’를 무기로 들었던 최악 고객의 경우, 오후 7시에 주문을 했었다. 그리고는, 고객 문의 ‘톡톡’ 기능을 이용해 ‘다음날까지 물건을 받아보고 싶다’라는 부탁을 전해왔다. 그 시각, 나는 그날 업무를 마치고 집에 있었는데, 그 물건을 당일 발송하기 위해 다시 집을 나서 창고에 들른 후 20㎞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롯데택배 터미널까지 가져다 놓고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쇼핑몰 시스템상에 반품 신청이 한 건 등록되어 있어 살펴봤더니, 전날 내가 직접 가져다 놓았던 그 주문 건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 필요 없어서 반품했어요 ! ”


라는 말과 함께 나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바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전날의 고생은 둘째 치고, 그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건의 경우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이기에, 일단 진정한 후 왕복 배송비를 청구하는 문제로 배송비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니,


“ 아직 제가 안 받았으니까 기사님한테 이야기해서 알아서 하세요 ! ”


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말할 틈도 없이 또 곧바로 통화를 끊어버린다.


이렇게 왕복 배송비를 정산받지 못하는 경우, 판매자가 약 8천 원*에 해당하는 왕복 배송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쿠팡’의 로켓배송 및 무료 반품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일부 고객들은 이렇게 속 타는 판매자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감정적으로 애써 이해하며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무엇보다 ‘더 좋은 서비스’로 ‘더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던 내가 되레 바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그날 나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아 하루 종일 시무룩해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후 무리한 요구나 예외적인 일 처리를 다 거절할 법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급하다고 말하는 고객들께는 꾸준히 그 ‘바보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위 사례 같은 극단적 상황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정말로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좋아해 주시기 때문이다. 쇼핑몰을 계속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그 ‘뿌듯함’이 더 커서, 요즘에도 간간이 저녁에 움직이고는 한다. 전화 끊기의 달인,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으면서도 힘 빠지는 경험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2. 최악의 고객 – 배째형


거의 악마급의 고객이지 않을까 생각되는 유형이다. 그날 이후 한동안 문득문득 생각이나 속에서 열이 오를 정도였는데, 내성이 생기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날도 여느 날들처럼 제품 후기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고객 리뷰들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이나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체크해서 반영하려는 매일의 노력이었다. 그런데, 그날 한 고객님이 카트 제품을 주문한 후 만족했다면서 긍정적인 후기를 남겨주셨는데, 색상이 뭔가 달라 보인다며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았더니, 주문서에 기재되어 있던 색상과 고객님에게 보내드린 제품의 색상이 서로 달랐던 실수가 있었다. 검수 후 송장을 붙이는 과정에서 다른 색상이 기재된 송장이 붙어서 출고된 것이었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기존 제품과 맞교환 처리될 수 있도록 올바른 제품을 오늘 보내드리겠다는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남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 우리 내일 이사하는 데 카트 써야 되니까, 일단 이거 쓰고 보낼게요 ! ”


“ (… ?) 네, 고객님. 내일 잘 쓰시고, 저희가 오늘 새 제품 보내드릴 테니까 그 상자에 기존 제품 포장해서

보내주시겠어요 ? ”


선포하듯이 말하던 ‘사용하겠다’라는 통보의 말에 순간 당황했다. 개봉된 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제품은 판매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우리 업체의 실수 때문에 생긴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싶어서 그렇게 하시라고 답했다. 고객의 남편 되는 사람이 알겠다는 뉘앙스로 말하며 통화를 마무리할 때, 사업가의 촉 때문인지 모르지만 뭔가 싸한 느낌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다음 날에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파괴력으로 내 멘탈을 흔들어 놓았다.


다음날 오후, 새로 발송한 카트가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고자 그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 고객님 ! 이사 잘하셨나요 ? 새 제품 도착한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그 택배 박스에 오늘 사용하셨던 제품 넣어서 밖에 놓아주시면 내일 수거될 수 있게 제가 접수해 놓겠습니다 . ”


“ 예 ? 그쪽이 포장 알아서 해서 가져가세요 ! ”


“ 네 ??? ”


정말 당황스러웠다. 맞교환용으로 보냈던 새 제품은 잘 도착했고 기존 제품도 일시적으로 필요하다 하시니, 사용 후 재포장만 하면 알아서 수거되도록 조치하겠다고 협조했던 것인데… 갑자기 나보고 알아서 가져가라는 것이다.


“ 왜 이걸 내가 해야 되는데요 ? 잘못은 그쪽이 했잖아요 ? ”


“ 아, 그게 고객님 저희가 … ”


이게 무슨 말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극히 사회 통념적이고 일반적인 사고로 다시 생각해 보아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뿐이었다. 그 집의 주소지는 경상남도 창원이었고, 내가 있던 곳은 전라남도 나주였다. 다행히도 때마침 이틀 후에 부산 갈 일이 있었기에, 이건 무조건 내가 직접 들러서 가져가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친절하게 말씀드렸다.


“ 네. 그럼, 고객님 이사 가신 곳 댁 앞에 놓아두시면 제가 챙겨가겠습니다. ”


그러자 답변이 가관이었다.


“ 이거 어차피 쓴 거라서, 오실 때까지 좀 써야될 거 같거든요? 그런데, 이거 부러지고 깨져도 모릅니다 !!! ”


이건 분명히 ‘찾으러 오면 싹 부셔놓겠다’라는 의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정말인지 이게 무슨 소리인지 믿기지도 않았고, 사업을 시작한 이래 겪었던 별의별 사건 중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일단 알겠다는 결론으로 통화를 마무리하고, 이틀 뒤 계획대로 창원에 들러 약속했던 장소로 찾아갔다.


그런데, 제품도 없고 그 남편분 또한 연락을 받지 않았다. 원래 주문했던 고객에게도 연락을 했는데… 이게 웬걸, 아예 수신 거부가 되어있다. 대학생 시절 법을 전공했던 나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법적인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날은 더 이상 감정소비를 하기도 싫었고 그 남편분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듣기가 싫었다. 톡톡 쏘아붙이면서 비꼬던 그 말투가 아직도 녹음파일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그 목소리가 다시 생각나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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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몇 가지 최악의 사례들은 더 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서 그런 기억을 더 끄집어내면 그때 그 기분까지 같이 전달되면서 힘들 것 같아, 이번 잡담은 여기까지만 풀고 일단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글을 정리하는 이 순간에도 손이 부르르 떨리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CS는 업무 면에서는 물론이고 정신적인 면에서 볼 때도 제일 어렵고도 제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고객으로서 다른 업체의 상담사와 통화할 일이 생기면, 그것이 컴플레인 성격이더라도 그 순간순간이 떠올라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하는 편이다.


서로서로 이해해 주고 조금 더 배려해 주면 더 좋을 텐데, 가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생기면 인류애가 싹 사라질 만큼 심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항의할 일이 생겼을 때 고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들이 다양하게 있겠지만, 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대방 입장을 조금 더 배려해 주려는 인식이 보편화되기를 바란다. 이번 잡담은 본의 아니게 아쉬운 이야기로 가득 채우고 말았지만, 다음 잡담에서는 이와 반대로 기분이 확 좋아지는 최고의 고객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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