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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디자인 Feb 12. 2018

개집과 내 집이 굳이 따로일 필요가 있을까?

월간 <디자인> 2018년 2월호

용인시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반려견 주택 단지. 현재 16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다.



용인과 남가좌동에 각각 반려견 주택 단지와 반려견 빌라를 설계해 운영 중인 박준영 소장의 반려견주택연구소가 있다. <개키우는 사람은 집 구조부터 다르다>의 저자이기도 한 박 소장은“반려견을 잘 먹이고 잘 입히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가족으로 제대로 대접하고 최적화된주거 환경을 만들어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의 부상과 스트레스에직결된 문제니까요.”라고 강조한다. 


그가 일본의 보험협회자료에 기반을 두고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강아지 슬개골 탈구는 활동성이 극대화되는 0~5세 사이에 발생하고 증상의 70%가량이 미끄러운 바닥과 연관이있다. 이에 반려견주택연구소는 일본에서 수입한 미끄럼 방지 코팅 시공을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3.3㎡당 10만 원 수준으로 사람용, 실외용과 구분되는 ‘강아지 전용’코팅이라고 강조한다. 




남가좌동 펫빌라 엘리베이터의 펫 버튼. 타고 내릴 때 버튼을 눌러안에 반려견이 타고 있음을 표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강아지가 드나들 수 있는 펫 도어가 설치된 문은 물론 야외에설치한 세족 시설, 현관문 옆에 리드 줄을 걸어놓을 수 있는 후크, 반려동물이타고 있음을 알리는 엘리베이터 내 ‘펫 버튼’ 등 실제로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필요성을 느낄 만한 시설을 갖췄다.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전실에는 보통 가정집에서보기 어려운 고기능성 이중창을 덧대고, 욕실의 배수구 또한 털 뭉침을 고려해 흔히 쓰는 직경 50mm보다 큰 75mm의 배관을 묻었다. 전기 코드 노출을 최소화하고자 천장 매립형 에어컨을 기본으로 설치하고, 낯선소리에 불안해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초인종 소리를 불빛으로 바꿔주는 비디오 폰도 갖췄다.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라는 반려견을 위해 소리를 반짝이는 불빛으로 바꾼 인터폰.





반려견이 스스로 화장실을 오갈 수 있도록한 펫 도어와 미끄러운 바닥에서 관절을 보호해주는 미끄럼 방지 패브릭.




물론 이것만으로솔루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각광받아온 반려견 아파트 단지의 관리 규약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들은 입주할 때부터 반려동물의 이름과나이, 접종 여부 등을 꼼꼼히 기재하고 잘 키우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더군요.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꾸린 반려동물위원회가 있어서 각종 세세한 사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있어요. 건축적 솔루션이 반, 그곳에 실제로 사는 분들의커뮤니티가 반이라고 봐요. 국내는 이제 시작 단계니까 우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반려견을 매개로안정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용인 반려견 주택 단지 내 한 입주민은 방 안에서도 거실에 있는 반려견과 눈을 마주칠 수 있도록 벽을 창으로 개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문득 ‘그런데 이렇게 내 반려동물에 맞춤으로 고안된곳에서 살다 반려견이 죽은 다음에는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박 소장은 일반 반려인은 평균 1.5마리의 반려견을 키우지만, 반려견 주택에 관심이 있는 사람(운영 중인 ‘개빌라 짓는 사람들’ 카페 회원)의경우 평균 2.1마리로 조사되었으며 1마리가 먼저 떠나더라도곧 다른 반려견을 입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성실한 사전 조사에 의거한 답안이었지만 사실 듣고 싶은건 이런 말이었는지 모른다. ‘방음이 잘되는 조용한 집, 에어컨을천장에 매립해 생활 공간이 더 넓은 거실, 미끄럽지 않은 바닥, 서로안부를 묻는 커뮤니티가 있는 공간은 갓난아이가 있는 집이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물론 우리 인간 모두에게도 당연히 더 좋은 집 아닐까요? 그런 집이 있으면 개가 없더라도, 아니 개가 아니라도 누구나 살고싶지 않을까요?’ 역시나 반려동물은 인간이 기르는 게 아니라 우리를 길러주고 많이 참으며 살아주고 있음을오늘도 깨닫는다.



글: 김은아 기자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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