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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Oct 28. 2020

뮤지컬 <제이미> | 그들의 이상하면서도 빛나는 연대


“모두가 지금 제이미에 대해 말하고, 노래하고, 소리쳐야 한다.”



©Norwich Lanes


지난 9월 막을 내린 뮤지컬 <제이미>(원제 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는 드랙퀸을 꿈꾸는, 조금 ‘유별난’ 게이 소년 제이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선생님이 ‘현실적인 꿈’을 꾸라고 다그칠 때도 드랙퀸의 꿈을 키워가는 제이미. 제이미는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는 엄마와 이모에게 17살 생일 선물로 하이힐을 선물 받는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인 프리티의 응원에 힘입어 졸업 파티에 드레스와 선물 받은 하이힐 복장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이처럼 뮤지컬 <제이미>는 17살 소년이 드랙퀸으로서의 자신을, 그리고 본연의 나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the guardian


17살, 어리지는 않지만 아직 어른도 아닌 모호한 시기. 질풍노도의 17살들에게 학교란 이미 그들만의 작은 사회이다. 그 곳에서 ‘다름’은 특히 두드러진다. 여기, 가장 두드러지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제이미’와 ‘프리티’이다. 드랙퀸을 꿈꾸는 게이 소년 제이미와, 의사가 되기 위해 화장이나 연애보다는 공부에 매진하는 무슬림 소녀 프리티. 둘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시선들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또 가끔 이유 없는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공유하는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은 둘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그들은 연대하며 서로에게 무수한 시선들을 이겨낼 힘이 되어준다.



©Theatre South East


제이미는 생일 선물로 받은 하이힐을 절친 프리티에게 보여주면서 그동안 품어온 드랙퀸의 꿈을 밝힌다. 아무리 친한 친구의 꿈이라지만, 화장이나 꾸밈을 좋아하지 않는 프리티에게 드랙퀸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일 뿐이다. 조금 ‘이상하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도 남들과 달라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며 제이미의 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의 꿈을 누구보다도 응원하는 지지자가 되어준다.



“그래, 좀 이상해. 근데 사실, 다들 나한테도 이상하다고 하잖아! (후략)”
“그래 그거야! 내가 이 촌구석에서 드랙퀸을 하면 받게 될, 땡땡한 시선이 바로 그거!”
“그래, 그러니까 우리는 둘 다 좀 아싸야. 난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 안 끼워주고, 넌 드랙퀸이 꿈이라 안 끼워주고.”- 뮤지컬 <제이미> 中


©evening standard


제이미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이들에 힘입어 온갖 혐오와 시선에 맞서며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모든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그는 드랙퀸 ‘나나 나’로서의 모습은 사랑하지만 정작 ‘제이미’ 자신의 모습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드랙퀸 이전의 어릴 적, 아빠에게 들었던 ‘역겹다’는 한 마디가 마음의 상처로 남아 그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그 한 마디로 인해 제이미는 '제이미'로서의 자신은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리티에게 졸업 파티에도 드레스와 하이힐 복장의 '나나 나'로 참여하겠다고 말한다. 그런 제이미에게 프리티는 '나나 나'가 아닌 '제이미'의 모습으로 졸업 파티에 참여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제이미, 넌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워.”

- 뮤지컬 <제이미> 中


©backstage


마냥 어리지도 않지만, 아직 어른은 아닌 17살의 제이미. 온갖 혐오와 시선 앞에 당당한 태도로 자신의 꿈을 이루는 듯 보여도 그 역시 아직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나조차도 나를 모를 때가 있다. 나조차도 내가 역겹고 혐오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를 지지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된다. '너는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말. 제이미는 프리티의 말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을 옭아맨 아빠의 그 한 마디를 마주하고 극복할 용기를 얻는다.


드랙퀸을 꿈꾸는 게이 소년과 의사를 꿈꾸는 무슬림 소녀.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는 ‘이방인’이기에,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 의지하며 수많은 시선들을 이겨낸 두 사람은 그렇게 더 넓은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감각.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받는 수많은 시선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런 순간들은 우리를 움츠러들고 작아지게 만든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나를 옭아매고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면 어떤가. 당신은 남들과 다를 뿐 잘못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당신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는 또 다른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뮤지컬 <제이미>는 무대 위의 이방인들이 무대 밖의 이방인들에게 보내는 위로이다. 프리티의 대사를 빌려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고. 



©쇼노트





글 | 김채원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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