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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Nov 04. 2020

<오만과 편견> | 사랑은 노력으로 될까?

   운명이라는 것은 우연의 연속과 노력둘 중 어느 범주에 속할까우연이 계속되면 그게 필연이 되고 결국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흔히 우리가 '운명적 사랑'이라고 칭하는 사랑이다.

  그렇지만 계속된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노력 끝에 이루어지는 사랑이 오히려 운명일 수는 없을까그게 오히려 필연은 아닐까? 끊임없이 두 사람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이루어지는 그 사랑이 운명인 것은 아닐까?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하지만 여기 무수한 엇갈림을 견디고 노력으로 사랑을 이뤄낸 이들이 있으니바로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이다
.



©netflix


  <오만과 편견>은 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젊은 남녀들의 로맨스를 담고 있다똑똑하고 재치 있는 가난한 집안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와 차갑지만 가식 없고 속 깊은 '다아시'의 무수한 엇갈림 속에 이루어지는 좌충우돌 로맨스실낱 같은 끈을 계속해서 붙잡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되는 운명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어코 사랑하게 된다.







첫 번째 엇갈림: 첫 인상



  첫 인상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첫 인상은 종종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바로 이 첫 인상에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엇갈림이 시작된다.


©netflix


  다아시가 하트퍼드셔에 온 이후 처음으로 열린 무도회에서 둘은 만난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 대해 느낀 첫 인상은 '불행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가 돈 많은 부유한 청년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왔지만암울한 표정, 시골 사람들과는 별로 얽히고 싶지 않다는 듯한 그 표정이 엘리자베스에게 그런 인상을 남겼다엘리자베스에 대한 다아시의 첫 인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그는 친구인 '빙리'에게 봐줄 만하지만 반할 만큼은 아니야.”라고 평하며 엘리자베스를 그저 그런 여자들 중 하나로 생각한다바로 이 첫 인상이 그들의 길고 긴 엇갈림의 출발선이다하필이면 엘리자베스가 자신에 대해 평가하는 다아시의 말을 듣기 때문이다어찌 보면 기막힌 타이밍이다그녀는 다아시의 말에 분개하며, 그가 가진 땅의 절반을 준대도 그와는 춤추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서로에게 최악의 첫 인상이었던 이들의 결말이 대체 어떻게 사랑으로 끝맺음 되는 걸까?






두 번째 엇갈림: 이끌림



  나쁜 첫 인상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러나 서로 부인하기 바쁘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초라한 집안 때문에 자신의 끌림을 보류하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오만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그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입덕부정기'라는 표현이 이 커플에게 딱 어울릴 성 싶다. 그런 와중에 사랑의 라이벌 '위컴'이 등장한다. 사랑 이야기에는 방해꾼이 빠지지 않는 법. 민병대 소속 군인 위컴은 왜인지 다아시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엘리자베스에게 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위컴과 다아시는 사이가 나빠진다.


©netflix


  이후 두 번째 무도회가 열리고위컴을 기다리던 엘리자베스는 얼떨결에 다아시와 춤추게 된다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게 위컴과 화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지만단호하게 '그럴 일은 없다'고 하는 다아시를 보고 그가 매정하고 오만한 인물이라는 편견을 다시 한 번 굳히게 된다다아시가 그토록 위컴을 꺼려하는 이유는 묻지도 않은 채로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을 추며 서로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분명 뭔가가 남아있다.






마지막 엇갈림: 실수와 떠나감, 그리고 후회



  엘리자베스에 대한 마음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어진 다아시는 결국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때마침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편견이 절정에 달한 상태였다. 자신의 언니인 '제인'과 다아시의 친구 '빙리'의 연인 사이를 그녀의 초라한 집안을 이유로 다아시가 이간질했다는 소문을 들은 것.


©netflix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청혼을 매몰차게 거절한다자신의 집안을 비웃고사랑하는 언니에게 상처 준 장본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이후 다아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해명 편지를 남기고 하트퍼드셔를 떠난다그는 빙리와 제인의 관계를 어긋나게 만든 것이 자신의 오만함에서 비롯한 잘못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용서를 구한다또한 위컴이라는 작자가 자신의 여동생에게 했던 고약한 짓 때문에 그를 꺼려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편지를 읽은 엘리자베스는 편견에 가려 다아시의 본질을 못 본 사실에 후회하지만 이미 그는 떠나고 없다뒤늦게 깨달은 이 애달픈 마음을 어찌하리이 때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여태까지 한 번도 도와준 적 없던 그 얄궂은 운명이라는 것이 딱 한 번 기회라는 손을 내민다.





결국은 해피엔딩



  기회는 잡으라고 있는 법. 엘리자베스는 이모 내외를 따라 우연치 않게 다아시의 영지를 방문하고, 그와 재회한다. 그런 재회의 순간에 동생 리디아가 위컴과 야반도주하여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전보가 오고, 엘리자베스는 급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동생의 야반도주로 까딱하면 집안의 명예가 실추될 뻔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돈을 좋아하는 위컴이 지참금을 적게 보냈음에도 쉽게 결혼에 응해 리디아와 위컴은 정식 약혼 사이가 된다.


©netflix



  정말 우연히 일이 순조롭게 풀린 걸까? 사실은 다아시가 엘리자베스 몰래 리디아의 결혼 비용을 대주고 위컴을 설득한 것이었다. 다아시에겐 엘리자베스의 마음을 얻을 기회였고, 그는 멋지게 기회를 낚아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진심을 보고 그에 대한 모든 편견의 장막을 말끔히 걷는다. 결국은 해피엔딩. 둘은 상호 간의 진실한 사랑 아래 마침내 결혼하게 된다.






엇갈림은 필연, 사랑은 노력



  왜 엇갈림은 굳이 사랑의 과정에 끼어들어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힘든 과정 없이 사랑의 결실을 맺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엇갈림은 사랑의 존재 가치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엇갈리기에 더 애틋해지고, 그렇게 맺어진 사랑은 더 소중하다.

  완벽한 사랑이 없듯, 완벽한 인간은 없다. 똑똑하고 재치 넘치는 엘리자베스는 편견에 사로잡혀 한 인간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했고, 지성적이고 분별 있는 다아시는 타인의 결점을 참지 못하고 친구의 사랑을 방해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타인을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의 결점은 더욱 두드러져 보이고, 그러한 오만과 편견은 엇갈림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엇갈리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그러니 엇갈림은 필연이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은 그 필연의 엇갈림을 뚫은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둘은 서로를 스쳐 지나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두 번째 엇갈림에서 둘이 춤추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편견을 벗어 던지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저 무시하면 될 사람을 굳이 파헤친 것은 그녀였다. 그 과정에서 방해꾼이 개입했을 뿐이다.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엇갈릴 수밖에 없는 타인에게 닿기 위해서는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운명'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지어졌을 뿐, 운명이라고 불리기까지 그 관계 안에는 두 사람의 수많은 노력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힘든 과정을 거쳐 얻어낸 사랑은 사랑스럽다. 우리 모두가 그 과정에 가슴 깊이 공감하기에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무수히 다투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연인들은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계속되는 싸움에 헤어질까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다툼으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타인이기에, 다툼을 통해 서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알아가고 맞춰가는 과정이 결국 사랑을 더 견고히 만들어줄 것이다. 만약 잦은 다툼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연인들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그것이 곧 서로를 '운명적 사랑'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의 과정이니 말이다.




글 | 김민경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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