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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Jan 20. 2021

어제와 다른 당신을 위해 | 뮤지컬 '킹키 부츠'



"다 함께 킹키 하라!"



©CJ 블로그



  코로나 시기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뮤지컬 <킹키부츠>. 뮤지컬 <킹키부츠>는 다 쓰러져가는 구두 공장의 사장 찰리가 드랙퀸 롤라와의 만남을 계기로 드랙퀸을 위한 부츠를 만들어 공장을 되살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드랙퀸 롤라와 엔젤들의 무대에 환호하고, 롤라와 찰리의 감동적인 우정 이야기에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구두 공장의 직원 ‘돈’이다.


  드랙퀸. 롤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냥 여장남자가 아니라 화장하고 갖춰 입으면 마돈나가 되는 특별한 존재. 이런 특별한, 즉 남들과 ‘다른’ 존재가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주인공 찰리가 사는 노스 햄턴의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라면 특히 더 그렇다. 찰리는 롤라를 부츠 디자이너로 채용해 함께 일하고자 하지만, 공장의 남자 직원들은 롤라를 배척하고 조롱한다. 이 조롱과 혐오에 가장 앞장서는 사람이 바로 돈이다. 돈은 아주 원색적인 혐오 발언과 조롱을 일삼는다. 현실 어딘가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돈의 행동에 관객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이 끝날 때쯤이면 사람들은 돈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돈이 작품의 그 누구보다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Little Village



  돈은 롤라를 여자 옷이나 걸치고 다니는 ‘남자답지 못한 남자’라고 조롱한다. 그리고 롤라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고 조롱한다. 롤라는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고 있을 뿐이며, 롤라의 복장과는 관계없이 함부로 그의 성 정체성을 판단할 이유는 없다. 물론, 설령 그가 게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조롱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들의 과도한 남성성 과시는 우습기까지 하다. 롤라는 자신을 조롱하는 돈에게 묻는다. “진짜 남자다운 게 뭔데?” 롤라는 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서로가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돈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롤라에게 복싱 결투를 신청한다. 전직 복싱 선수였던 롤라는 뭣 모르고 복싱을 제안한 돈을 가지고 놀지만, 경기의 마지막에는 돈을 위해 일부러 져준다. 대신 자신을 찾아온 돈에게 다음과 같은 과제를 내준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Washington Blade



  과제를 받은 돈은 치마 입은 설치는 남자들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며 화를 낸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조롱해왔던 돈에게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처럼 보인다. 사실 돈에게만 어려운 말은 아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는 아주 관성적으로 ‘나’의 기준을 통해 쉽게 사람을 재단하고 판단하곤 한다. 하물며 보수적인 노스 햄턴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왔던 돈에게, 드랙퀸인 롤라가 내주는 제안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돈은 롤라의 과제를 받아들인다. 이것이 그가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자신을 바꾸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서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은, 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돈은 이 어려운 과제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직접 실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돈은 롤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롤라가 말했듯, 모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돈은 찰리가 공장 직원들과 갈등을 빚을 때도 그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찰리에게 공장을 일으키고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돈 한 사람의 변화가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Boxing Over Broadway


  돈은 롤라를 향한 배척과 혐오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그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돈이 롤라가 준 기회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돈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어려운 첫 발을 내디뎠다. 이런 돈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어느 누군가는 이 작품의 돈처럼, 나와 다른 남을 조롱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잘못을 인정하고 그다음을 향해 어떻게 나아가느냐이다. 우리는 자신을 조금씩 바꿔나가면 된다.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 올바른 사람이기 때문에 옳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르다. 우리는 옳은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앞으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 같은 것은 없다. 다만,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조금 어려워 보일지라도 당신이 용기 내어 변화의 첫 발을 내딛는다면, 그것이 당신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다.


 

©broadway.com




글 | 김채원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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