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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Jan 30. 2021

꾸준한 전진의 힘 | 영화 '스탠바이, 웬디'



잠깐 쉬어도 괜찮습니다.
일어나 또 전진하면 되니까요.



heads up ;

이 글에는 영화 <스탠바이, 웬디>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결코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 

- 에이브리엄 링컨 




©The Guardian




미국의 초대 대통령 링컨은 이와 같이 말했다.

당신도 그러한가?
천천히 가되 절대 후퇴하지 않는가?

링컨의 인용구는 참으로 실천하기 어렵다.
우리는 달리는 데 익숙하다.
마치 경주마처럼 정해진 결승선을 향해 질주한다.

그뿐인가.
양옆에는 경쟁자들이 함께 달린다.
그 사람들이 치고 나갈 때면
내가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든 뒤쳐지는 기분이다.

심지어는
달리는 행위나 옆사람을 추월하려는 경쟁심에 집중한 나머지
무엇을 향해 달리는지 잊기도 한다.
정말이지, 천천히 그리고 후퇴하지 않고 나아가기란 어렵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그래서 영화 <스탠바이, 웬디> 속 이 소녀,
'웬디'의 느리지만 꾸준한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웬디는 온갖 장애물과 역경을 딛고
영화 내내 전진한다.

웬디의 목표는 도대체 무엇이었길래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을까?
일생일대의 기회라도 마주한 걸까?











©영화 '스탠바이, 웬디'




사실 웬디의 목표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웬디의 목표는 단 하나.
좋아하는 영화 <스타 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하는 일이었다.

우승도 아니고 응모.

우리에게 별거 아니어 보이는
이 소소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웬디는 고군분투한다.

시나리오가 응모일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게 되어
응모전 접수처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직접 가기로 한 웬디.

강아지를 데리고 버스에 타서
사막 한복판에 강제하차 당하는가 하면,
아이팟을 도난당하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시나리오 뭉치를 손에서 놓쳐 일부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웬디는 이 모든 일을 겪고도
멈추지 않았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그렇게 고생해 응모한 공모전에서
우승했냐고 묻는다면,
웬디는 우승하지 못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우리에게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응모전 결과가 아니라
웬디가 목표를 위해 전진한 과정 말이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자폐아인 웬디는 
다른 사람과 눈 마주치기 힘들어하고
감정적 교류를 잘 하지 못한다.

가장 친한 친구는 영화 <스타 트렉>.
매일 영화 속으로 모험을 떠난다.

요일별로 정해진 옷을 입고,
혼자 갈 수 있는 곳은 아르바이트하는 가게뿐이다.
가게 주소를 매일 되뇌이며 외운다.

웬디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안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난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그래서 웬디가 시나리오 공모전을 위해
인생 처음으로 홀로 여정에 나서는
모든 순간들은 눈부시다.

마음 속 한 켠에
'못하겠지', '안 될 거야'라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
웬디는 스스로에게 '스탠바이'를 속삭인다.

그리고 자기확신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다.
누가 뭐라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목표한 대로 잘 되지 않으니 절망하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포기하지 않는다.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간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포스터




이 영화가 재밌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우승이나 승리는 없다.
흥미진진한 액션이나 특별한 사건도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별것 아닌 듯한 모든 발걸음이
당신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될 것이라고.


너무 늦지 않았나 걱정될 때,
처음이라 두려움이 앞설 때,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일 때,
온세상이 내 목표에 반대하는 것 같을 때,

웬디의 여정을 지켜보자.

그저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면 된다.
잠깐 쉬어도 좋다.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하면 된다.


대단한 목표가 아니면 뭐 어떤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면
용기내어 나아가 보자.

쟁취하지 못하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그 곳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저 꾸준히 전진하는 힘을 믿는다.
웬디가 그러했듯.





글,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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