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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달글 Dec 04. 2020

[장문장] 한달글 인트로

모티베이션과 소개, 자유와 책임.

동기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라.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공허하고, 생각만 많고 배우질 않으면 위태롭게 된다. 둘의 균형이 잘 맞아서 배우면서 생각도 잘 하면 좋으련만, 나는 그게 어려워서 늘 널을 뛴다. 요 몇달 간 개인적으로 참 공허한 시기였다. 생각이 부재한 자리에서 텅 빈 감정을 느낀 것이다. 생각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하는 것이다. 써내지 못한 것들은 다만 모호한 감정이나 불완전한 이해일 뿐이다.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말은 글을 위한 단서가 된다. 말이란 초고의 초고인 셈이다. 다만 글로 써내는 것만이 내가 아는 것이다. 내가 알아낸 것이다.


그래서 다시 힘을 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도록 글을 써왔다. 1년이 넘게 하루 한 편 짧은 시 같은 것을 쓴 적도 있고, 461일간 매일 일기를 써온 적도 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주기를 쓴다. 메모 1325개, 다짐 16개, 잡다한 아이디어 52개, 감상문 149개. 2012년 4월부터 쓴 기록들이다. 이들 중 대부분이 개인적인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에게만, 혹은 나를 애정하는 누군가에게만 의미가 있음직한 글이다. 지금의 나는 의미로 가득한 동굴에 살고있을 뿐이다. 원시인이 벽화를 그리듯 여태 메모를 남겼다.


그래서 나는 나를 모르는 사람도 읽음직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요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없다. 일을 하다보니 글과 멀어져서 그런 걸지도, 나이가 차니 글의 가식과 검열이 보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헨미 요의 ‘먹는 인간’을 읽고, 정말 간만에,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헨미 요가 아니고, 하루키도 아니고, 심지어 내가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조선일보의 어느 논평가조차도 아니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줄 것인가? 내가 장문의 글을 연습하고자할 때 가장 막히는 부분은 바로 읽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나의 주변 사람들도 긴 글은 잘 쓰지 않고, 나 또한 잘 읽지 않는다.


그래서 널리 알리고, 동료를 모아,동기를 부여하고, 오래 지속할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다른 수많은 공부에 앞서 글쓰기를 끼워넣는 것이 바람직한가 의문이 든다. 글을 쓰는 것은 희소한 역량이다. 사람들은 글을 잘 쓰지 않는다. 기껏해야 문장을 나열할 뿐이다. 그럼에도 삶에 불편함 한 점 없다. 오히려 문장에 예민한 사람만 피곤한 일이다. 그러나,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자 한다면, 글을 쓰는 것은 최소한의 역량이다. 하나의 문장은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하나의 문단은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하나의 글은 단 하나의 이야기만을 한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주변, 조직, 나아가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홍보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워낙 적으니

글쓰는 모임을 만드려고 해봅니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의미가 있음직한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어떤 주제로든, 완결성 있는, 짧지 않은 글을 써냅니다. 브런치든 미디엄이든 올려두고, 서로의 글을 읽습니다. 짧거나 긴 감상이나 평가를 나눌 수 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적은 사람들끼리

좋은 결과물 하나만 만들어봅시다.


쓰기

주제는 제한하지 않는다.

분량은 제한하지 않는다.

형식은 제한하지 않는다.

마감은 매월 24일로 정한다. 마감이 있어야 쓸 기분이 나기 때문이다. 사실 중요하지는 않다.

글을 올리지 않아도 괜찮지만, 올린다면 완결성이 있는 한 편의 글을 올려야한다.


읽기

참가자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자유롭게 읽는다.

읽은 글에는 “[필명] 잘 읽었습니다” 정도로 댓글을 달아 읽었음을 표시한다.

타인이 본인의 글을 읽었다면, 본인도 타인의 글을 찾아 읽고 표시를 남긴다.

감상을 남기는 것은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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