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나요?

진짜 내가 바랐던 것

by 이래

나는 이 글을 접한 사람 모든 사람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나요?”

나는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꽤 단순하게 대답했다.

멋있어 보이는 직업.

나에게 그건 ‘제복을 입는 직업’이었다.

능력이 된다면 파일럿,

체력이 된다면 군인,

용기가 있다면 경찰.

굳이 제복을 입는 직업이 떠오른 이유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그림그리는 프리랜서)과 생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성격의 일들이기 때문이다. 제복을 입는 일엔 명확한 서열이 있고, 할당된 책임이 있다. 그리고 국가나 사람을 위해 일하는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명감이 생긴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내가 지금 하는 일엔 없는 것들이다.

내가 특별히 봉사정신이 투철해서 그런 건 아니다. 단지, 구구절절 내 일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 있을 뿐이다. 나조차도 더 이상 내 일과 비전에 대해 묻지 않을 것이다. 내 일과 삶은 “멋있다”라고 반듯한 제복이 증명해줄테니까.

하지만 이 질문이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는 이유는, 뻔하다.

이 망상은 이번 생에서는 아무래도 어렵다.

공부는 그렇다 치고, 신체 조건만 봐도 나는 제복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리저리 아픈 곳도 많고, 예민한 기질에 키도 작다. 지방과 근육이 동시에 부족한 몸의 소유자로서 몸쓰는 일엔 최악이다. 변명 같지만, 이번 생에서는 곤란할 것 같다.

(솔직히 내가 보호해줘야 하는 사람들이 더 안타까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경찰이나 군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직업으로 해결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태생적으로 세상과 일정 거리를 두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사회에 붙어 있는 감각이 희미해진다.

지금의 나는, 그림자조차 흐릿하다. 몸에 꼭 붙어 다니며 내 자리를 표시해주는 그림자. 이렇게 계속 멀어지다 보면, 언젠가 나의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어렴풋이 알아차렸고, 그래서 가장 무겁고 명확한 직업이라는 추를 내 삶에 묶고 싶어진 것이다.

결국 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인간’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성원권을 가진 사람, 사회가 이름을 불러주고 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람. 그게 나를 살게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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