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목표의 이끌림

by 무아상

작은 텃밭을 갖고 싶었습니다. 식물 기르기를 좋아하지만, 좁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태양을 많이 봐야 하는 과일, 야채 기르기는 몇 차례 시도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상추만 빼고요.


폰에서 농장주가 되었습니다. 앱에서 광고를 보거나 클릭해서 물과 비료를 받아 기르면 야채나 과일이 집으로 배달됩니다. 룰렛 돌리기나 클릭해서 랜덤으로 받는 보상도 있고, 하루에 한 번 다른 분과 대결해서 물을 많이 주면 이긴 비율만큼 물을 받기도 합니다. 처음엔 마음을 졸이며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막상 승리하더라도 받는 보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봐야 결과가 비슷했으니까요. 설혹 낮은 보상을 받게 된다고 해도 하루 늦어지면 그만 입니다. 그다음부터는 지더라도 '마음 내려놓기 연습'을 했습니다. 많거나 적게 받게 되더라도 감정이나 기분에 변화를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감자를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많고 달기는 했지만, 수미감자처럼 보슬보슬하지는 않았습니다. 감자를 좋아하지만, 그냥 먹게 되지는 않더군요. 볶음밥, 국, 찌개에 넣어 먹었습니다. 그래도 받고 보니 뿌듯했습니다. 이웃과 나누었더니, 이웃에서 다른 앱을 또 소개해 주더군요. 원래 하던 앱에서는 방울토마토를 새로 키우고, 소개받은 앱에서는 고구마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었습니다. 보상 정도에 따라 일희일비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폰을 계속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한 곳은 아침 7시부터, 다른 곳은 9시부터 제가 쌓아놓은 물이 증발하기 시작하니, 아침부터 클릭하게 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클릭을 유도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습니다. 워낙 성인 ADHD가 아닐지 의심되는 저에게 하는 일에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시력도 나빠지고요. 클릭만 해도 야채나 과일이 집으로 배달되니 신기하긴 하지만 가격대비 생각해 보면 한 달 넘게 폰과 씨름하느니 그냥 사고 마는 게 낫습니다.


클릭하고 광고 보면 포인트가 쌓이는 앱도 많습니다. 포인트를 쌓는 과정이 숫자로만 표시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면 페이지를 찾아 작은 글씨를 읽어야 합니다. 결과물로 바꾸는 데 필요한 포인트를 보면 까마득해 포기하게 됩니다. 어느 것이 더 이익 인지는 따져보지 않았지만, 야채 과일을 주는 앱은 작은 목표들이 쪼개져 있고 성취물이 눈에 보이니 더 집착하게 됩니다. 그냥 뭔가 기다리거나 자투리 시간에 가끔 해야지 싶어도 자꾸만 성실히 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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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목표를 세우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 같은 곳에서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큰 목표를 정하고 잘게 쪼개서 또 작은 목표를 세워 눈에 보이는 보상을 주면 지루하지 않습니다. 일기장에 목표를 적고 표시하면 확실히 게으른 저도 조금 더 실행하게 되는 효과가 있더군요.

한편, 그냥 살면 안 되나 하는 의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목표를 다 버리고 살아보니 홀가분하고 삶과 나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목표를 달성하고 흐뭇한 기억도 있지만, 괜히 마음을 졸이고, 허무한 것을 쫓았습니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스펙 좋은 사람이 부러웠고 광고나 작은 이익에 홀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목표는 함부로 세울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위한 목표 인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잘못하다간 다른 사람이 유혹하는 목표에 휘둘리던지,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정작 중요한 일을 회피하게 됩니다. 목표나 물질적 보상이 사라지면 즐겁게 해오던 일도 하기 싫어지기도 합니다. 효과가 좋은 건 사용하기 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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